바느질에서 행복 찾은 유옥순 규방공예가
바느질에서 행복 찾은 유옥순 규방공예가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11.0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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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바느질 할 때 행복해요”

“새벽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행복감이 몰려옵니다.”
규방공예가 유옥순 씨는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 바느질을 이제야 만났다. 새벽 가느다란 바늘을 잡고 꼼꼼히 바느질을 이어갈 때면 머리 속의 상념들도 사라지고 어느새 바느질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때의 느낌을 유 씨는 이렇게 표현한다.

“새벽에 혼자 깨어 한 땀 한 땀 이어가다 보면 새벽을 여는 소리와 만나게 됩니다. 신문 배달하는 소리, 우유 배달하는 소리, 새의 지저귐, 이런 소리와 함께 바느질을 하면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과 함께 맞이하는 바느질
바느질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천상 바느질쟁이다. 그러나 그가 바느질을 만나고 규방공예를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5년 전이다.

평소 조각보 제작이나 바느질 등 규방공예에 관심이 있던 그였지만 장애가 있던 그에게 장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서초에서 규방공예 강좌가 개설됐고 접근이 쉬운 그 곳에서 규방공예 강좌를 수강했다. 그게 그의 ‘행복 원천’ 규방공예의 출발점이다.

규방공예는 그와 ‘딱’ 맞아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 듯 공예를 배웠다. 그는 규방 공예를 가르쳐준 규방 공예가 김인순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배워서 남주기
이렇게 배우고 익힌 규방공예를 그는 ‘배워서 남주자’라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과 나눴다.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에서 ‘이야기가 있는 조각보’ 강좌를 마련했고 그가 수강생들과 함께 규방공예를 함께 공부해 나갔다.

그리고 배움의 결실과 그의 작품을 모아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운현궁에서 ‘이야기가 있는 조각보전’을 개최했다. 천과 천들이 바늘로 인해 실로 엮여 다양하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유 씨에게도 수강생에게 남다르다. 유 씨는 “전시회 제안이 왔을 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수강생과 함께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다. 작품 활동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그는 모두 15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 중 특별히 제작한 두 점의 발은 가운데 수를 놓아 제작기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갔다. 그의 이번 전시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인들이 선물용으로 구입
그에겐 고마운 사람이 많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친구는 그에게 자투리 천을 공짜로 주었다. 자투리 천은 유 씨에게 전달돼서 멋진 조각보로 재탄생한다. 그런 그의 솜씨가 알려져 지인들이 선물용으로 그에게 작품의뢰를 하거나 구입을 한다.

그는 “친구들이라 비싸게는 받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바늘은 8~9호로 짧고 가는 바늘을 주로 사용하고 골무는 쇠, 고무 등 세 종류를 용도에 따라 사용한다. 조각보를 만드는 데에는 주로 감칠질, 땀상침, 쌈술 세 가지 바느질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번 전시회가 유 씨에게나 수강생들에게나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다. 규방공예가로 처음 전시회를 여는 그는 이제 또 다른 전시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 전시회가 규방공예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셈이다.

그리고 그의 수강생들에게는 아직도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며 장애인에게도 많은 능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걸 특히 기업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수강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한 것이다.

천과 천을 잇대 한 땀 한 땀 이으며 땀을 흘리는 유 씨가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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