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환자에 대한 편견
암보다 무서운 환자에 대한 편견
  • 최소영 회사원
  • 승인 2012.11.1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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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으셨다. 혈액검사 결과 빈혈이 있어 혹시 장기출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을 받던 중에 대장암이 발견된 것이다.
대장암의 경우 본인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말기에 가까운 때라 치료가 어렵고, 대신 조기 발견할 경우에는 완치율이 가장 높은 암이라고 한다. 어머니 일을 계기로 주변의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니 놀라고 당황스럽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졌다. 어머니 발병으로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암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 3명당 1명꼴로 암이 발병하고, 평균수명을 81세로 하였을 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가족 내 1명 이상이 암에 걸릴 확률은 80%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암이 발병하는 연령대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암환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첫째로,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과 그 치료과정에서의 육체적인 고통이다. 그리고 육체적 고통 못지않은 고통이 있으니, 그것은 암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다. 암 판정을 받고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유명 가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제 암은 더 이상 한 번 걸리면 모두 죽게 되는 불치병이 아니다. 전염되지 않을뿐더러, 완치도 가능하고 건강한 생활도 여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와 같이 있는 걸 꺼려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발전한 현대의학도 고치기 힘든 병이라는 편견도 여전하다.

그런 편견은 특히 개인의 경제활동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암선고 후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친 40대 가장들이 먹고 살길은 막막한데 도무지 재취업이 되지 않아 고통스럽다고 한다.

20대 젊은이들도 암치료를 위해 휴직할 때, 재취업에 지장을 줄까봐 ‘개인사정’으로 그 사유를 적어낸다.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우수한 입사성적을 가진 사람도 암 완치 판정까지 받았지만 입사 직전에 ‘과거 병력’을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암을 극복하고, 자신의 일을 예전과 같이, 아니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해내고 있는 많은 사연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의사로, 운동선수로, 귀농민으로, 디자이너로, 회사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경우도(물론 경제일선에서 조금 물러나 계시긴 하지만) 그냥 몸이 아파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을 뿐 어디가 더 나쁘거나, 일상생활이 어렵지 않다.

항암치료만 끝나면 그동안 해오던 일들을 그대로 하시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하셨지만, 지금은 오히려 항암치료 후에 당신이 하시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신다. 암 환자들은 모두 희망을 가지고, 어느 누구보다 즐겁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

암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받는 육체적 고통은 그 순간과 함께 지나가지만, 사회적 편견은 내내 가슴에 남아 암보다 더 큰 고통이 되지는 않을는지….

암에 걸리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는데, 아직도 남의 일로 여기고 환자의 고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아팠던’ 사람에게 얼마나 큰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되어 가슴이 쓰리다.

암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운 사회를 기대해본다. 과거 병력이 재취업이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의 배려도 필요하다.

암을 극복하고 완치판정을 받기위해 개인이 들여야 하는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의학적 치료를 위해 육체적 고통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식이요법, 적당한 운동,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려운 시간을 모두 이겨내고 어느 때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메스처럼 날카로운 편견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일 할 수 있고, 불편함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이라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다.

오늘도 고통 중 에 있을 많은 암환자들의 쾌유를 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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