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술 권하는 서울-③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사회적 과제와 해법
청소년에게 술 권하는 서울-③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사회적 과제와 해법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25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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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권하는 사회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가 음주를 더 부추기고 있다. 여기다 술에 관용적인 한국 문화가 사회적 규제를 더 느슨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는 청소년 음주다. 청소년 음주와 이를 부추기는 사회는 미래 우리나라의 동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당장 음주로 인한 범죄와 이에 노출된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본지는 음주조장 환경의 실태와 개선을 위한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서울, 편의점 청소년주류판매율 71.3% 전국 1위
②싸이 강남 스타일, 소주 원샷이 부르는 음주 찬양
③청소년 음주 예방을 위한 사회작 과제와 해법

 

▲ 지난 12일 한 지역 경찰이 수능이 끝난 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음주를 예방하기 위한 계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조각가 최모(45) 씨는 술을 마실 때면 20여 년 전 미국 뉴욕에서의 경험을 떠올린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안 좋은 연락을 받고 기분을 풀기 위해 주점을 찾았다. 혼자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실 때쯤 뉴욕 경찰이 들이닥쳤다. 다짜고짜 수갑을 채운 경찰은 술집 주인의 신고로 긴급체포 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다니던 미술대학의 교수가 경찰서로 찾아와 한국인들은 워낙 술을 잘 마신다며 사정해 가까스로 풀려난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무엇보다 혼자 술을 많이 마셨다고 예비 범죄자로 간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미국의 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영국, 청소년 음주는 사회적 책임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음주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다. 청소년 시기부터 음주의 위험성을 철저히 교육한다는 얘기다. 청소년 음주예방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 아래 사회 전체가 동참해 술 공급과 수요를 차단한다.

가족부터 시작해 학교와 지역사회, 보건의료 당국 등 정부가 함께 청소년 음주 예방에 나선다. 여기에는 청소년 음주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개선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알코올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진 영국도 청소년 음주예방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영국은 청소년의 공공장소 음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주류판매 업계에 대한 책임도 강력하게 묻고 있다. 또 청소년 음주에 대한 지침을 개발해 가정이 함께 참여하는 예방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반면 한국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교육위주의 프로그램 실시 ▲청소년 대상 주류판매 금지에 관한 단속 점검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학교 교육프로그램 지원 ▲청소년 음주행동에 관한 전국적인 설문조사 등 교육·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형식적인 학교 보건교육 수업만 진행토록 할 뿐이다.
이같은 정책에는 청소년 음주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개인적인 책임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일방적인 수요 통제 정책에 의존하는데다 단기적인 사업에 그쳐 정책의 일관성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 책임만 묻는 국내 음주예방 정책

실제로 최근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일부 지역에서 청소년 음주 예방 계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만 진행하면 끝이다. 이런 가운데 수능을 마친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르면 중학교 1, 2학년들까지 편의점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소주와 맥주 파티를 공공연히 벌이고 있다.

한국의 음주를 시작하는 연령은 1998년 15.1세에서 2011년 13.0세로 크게 낮아졌다. 이같은 음주연령 하향으로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2010년 울산에서는 고교생들끼리 음주 실력을 겨루다 박모(16) 군이 소주 4병을 마시고 사망했다. 2008년 의정부에서는 김모 군 등 10대 3명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 A양을 여관으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한 뒤 집단으로 성폭행,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은 청소년 보호법 등에 따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 광고나 판매를 금지하는 소극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등으로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술 판매점 단속 등 공급을 차단해야 하지만 관련 법과 제도가 따르지 않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음주예방 교육부터 효과성이 인정된 프로그램조차 없어 학교에서의 형식적인 교육에 급급한 실정이다. 술 공급 문제도 성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스스럼없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지속적 모니터링과 사업 추진이 관건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백일주 등 잘못된 음주동기 부여도 술에 젖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

또 가정불화가 심한 가정이나 이혼가정, 음주를 허용하거나 음주에 대한 원칙이 없는 부모도 가정적인 음주요인을 만든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또래의 압력이나 학교생활 혐오, 성적 부진도 음주를 부른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음주를 허용할 것이라는 주관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술잔을 잡게 된다. 우리 사회의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청소년 음주 증가라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청소년 음주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 수준에서 청소년 대상 술 판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학부모와 성인을 위한 청소년 예방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책임 부처를 두고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반드시 진행 후 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로 청소년 음주행동과 폐해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 정부의 정책에 맞춰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음주확산 풍조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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