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에서-송기원
고덕에서-송기원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11.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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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을 넘어 사글셋방으로 전전하다가
서울에서도 동쪽 끄트머리 고덕으로 옮겨와
금년에는 빚도 좀 얻고 하여 겨우겨우
아파트 전세값 천만 원을 마련했습니다.
아내는 아르바이트로 피아노를 가르치고
국민학교 4학년과 1학년짜리 두 딸년도
아무것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라서
크게 병원비를 물지 않은 덕분으로
겨우겨우 아파트 전세값을 마련했습니다.
그놈의 전세값 마련하는 십 년 동안에
나야 머리칼 다 빠지고 손발도 더 가늘어졌지만
감옥에도 두어 번 다녀왔지만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그리운 그대는 어떻게 십 년을 살아내셨는지요.
가을밤에는 된장찌개라도 끓여놓고
나하고 딱 비슷한 지아비의
밤늦은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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