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야 할 시간
엄마가 되어야 할 시간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승인 2012.12.1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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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행사를 앞두고 너무나 바쁜 아침, 아이들과 인사하고 주차장에 내려왔는데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차! 차열쇠를 두고 왔다! 이런, 다시 지하 2층에서 꼭대기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 차 열쇠와 회사 출입증을 들고 급히 나오려고 하니, 네 살 아들이 ‘내가 내가 내가 줄게요!’라고 외친다. 목걸이를 목에 걸어준다.

딸이 어제 체험학습에서 캐온 고구마와 직접 만들어온 천연비누에 대해 아까 좀 더 깊이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한 것이 생각 나 딸에게 못내 미안했다.

하루 종일 행사를 마치고 저녁회식이 있었다. 자리를 마련하고 공동주최 기관까지 모두 초대해서 회식장소에 도착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메뉴 주문까지 전화로 모두 마쳐놓았다.

나는 딱 35분간 회식자리에 함께했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많은 이들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지만 저녁 7시 5분, 나는 어린이집에 둘째를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다. 모임에 더 있고 싶지만, 지금 이순간은 다시 엄마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어제 밤에도 너무 늦게 가고 오늘 아침에도 일찍 나온데다가, 내일 아침에도 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새벽에 나와야 하므로 오늘은 꼭 일찍 들어가야 한다.

이 순간 잠시라도 마음을 놓고 영혼이 잠들어버리면, 나는 그저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더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나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집에 도착하니, 아주머니와 함께 김밥을 쌌다고 큰딸은 자랑한다. 회식에서 급히 먹고 와서 꽤나 배가 부르지만, 딸의 김밥을 맛있게 먹는다. 아들도 덩달아 신나게 먹는다. 귀여운 녀석들.

그런데 이런 딸은 숙제를 안 했단다! 김밥 만드느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도대체 이 받아쓰기 연습을 왜 이렇게 오래하는지! 동생과 장난을 치고 이거했다, 저거 했다, 성급한 나는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며칠째 목욕을 못시켰으니 오늘은 좀 씻겨줘야 한다. 목욕탕에 물을 받아 아이들을 담갔다. 나는 욕조를 붙잡고 팔굽혀 펴기를 몇 개 했더니, 딸이 말한다. “엄마,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 엄마는 여기서 운동해요.

아참, 엄마가 저번에 내가 무섭다고 했을 때 목욕탕에 와서 짜장면 먹었었지요!” 생각해보니 그랬었다. 아이들의 주문에 따라 나는 짜파게티를 끓인 냄비를 들고 목욕탕에 들어가 앉아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게 작년인가?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목욕탕에서 참 별일이 다 있다!

다 씻기고 나와서 서로 로션을 처덕처덕 발라주며 또 장난을 친다. 기특하게도 딸은 장난치는 아들을 잘 다루어 옷을 다 입혀서 데리고 온다. 자기도 옷 다 입고 동생도 입혔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책을 한아름 들고 온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어준다.

어느새 큰 아이는 잠이 든다. 둘째는안방으로 옮아가서 아빠와 엄마 사이에 누워 “엄마, 아빠, 엄마, 아빠” 라고 30번은 부르는 것 같다. 그래, 그렇게 부르는 것이 참 좋지? 엄마 아빠도 네가 참 좋아!

사랑스럽게 잠이 든 아이들…. 내 마음엔 평화로운 별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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