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도 너무 많은’ 대입 전형, 단순화가 답
‘많아도 너무 많은’ 대입 전형, 단순화가 답
  • 김재홍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간사
  • 승인 2012.12.1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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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입시제도 개선의 최대 이슈는 대입전형을 단순화 하는 것이다. 대입전형 갯수가 전국적으로 3천개가 넘고 전형요소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수능, 논술, 적성검사, 각종 활동서류, 면접 등 다양하다.

이렇다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는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전형을 모두 따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고교마저도 복잡한 입시와 매해 바뀌는 정보를 따라가지 못해 사교육 업체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입전형 단순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입전형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하여 명확하게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입전형은 모집시기(수시/정시), 전형대상(일반/특별), 전형요소(수능/논술/학생부/서류 등), 입학사정관 참여여부(입학사정관제/비입학사정관제), 전형명칭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대입전형 핵심은 단순화

이와 같이 다양한 분류기준 중에서 대입전형 단순화의 핵심은 수험생에게 부담을 주는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전형요소와 전형명칭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첫째, 전형자료(수능, 학생부 등)의 ‘생성’은 국가와 고교가 담당하여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부담이 없도록 한다.

둘째, 대학은 자체적으로 전형자료를 생성하기 위한 별도의 다양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사교육 유발을 방지하고 교육환경에 의한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셋째, 대학은 국가가 주관한 시험결과와 고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별 인재선발 철학 및 기준에 비추어 ‘읽고 해석하여’ 자율적으로 선발한다.

대입전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게 되면, 대입전형은 크게 수능/내신(학생부)/특기적성 전형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수능 전형은 현재 정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능 전형 그대로이며, 내신(학생부) 전형은 학생부(교과, 비교과), 자소서 및 추천서,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증명․보완하는 서류를 토대로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특기적성 전형은 특별전형에서 분야별 또는 전공별 특기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전형요소는 내신(학생부) 전형과 동일하지만, 분야 또는 전공과 관련된 특기적성을 핵심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내신(학생부) 전형과는 달리 대학이 추구하는 전형의 성격에 따라 학생부의 교과 영역은 최소한으로만 반영하거나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 서류 제출 금지해야

대입전형을 이렇게 수능/내신(학생부)/특기적성 전형으로 운영하면서, 각 대학이 실시하는 논술, 적성검사,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시험 등은 폐지하고, 서류 역시 학생부, 자소서 및 추천서, 학생부의 기록을 증명·보완하는 서류 이외에는 제출을 금지해야 한다.

단,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의 범위는 지금보다 확대해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교육 유발요소가 큰 내용(공인어학성적,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 해외 봉사/체험활동 등)은 포함하지 않으며 자소서나 추천서에도 마찬가지로 기록해선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대입전형이 단순화되고 점진적으로 학생부(내신) 중심 전형을 확대해나간다면 단순화된 새로운 대입전형은 수험생의 부담 완화와 학교 교육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고 대학교육의 적격자 선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학생부의 질과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원칙을 정하고 꾸준히 대입전형을 개선해간다면, 기존의 점수와 석차 이외에 학생부를 비롯한 제출서류에 담긴 기록의 충실도와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고교 교육은 결국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는 것과 함께 수험생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입시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하여 대입준비에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해에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하는 대입전형계획 3년 예고제(대입전형기본사항 3년 전 예고, 대학별모집요강 2년 6개월 전 예고)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입전형공동관리원’ 설립도 검토할 만

또한 현재 대학 일방에 맡겨져 있는 대입전형의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으로서, ‘(가칭)대입전형공동관리원’과 같은 독립적 기구를 설치하여 대학·학생/학부모·고교·정부 등 관련 주체가 균형적으로 참여해 서로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기반으로 대입전형을 운영·관리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대입전형 단순화가 성공하려면 각 교육주체들의 노력과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정부는 초중고 교육을 창의인성 중심으로 개편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면모를 담을 수 있도록 학생부를 바꿔야 한다.

대학은 국가와 학교가 만들어준 학생부를 믿고 이에 근거하여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한편,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이 학생부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선발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고 스펙 경쟁·사교육 경쟁 없이 학교 교육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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