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네를 탈 수 있을까
어떤 그네를 탈 수 있을까
  • 김원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 승인 2012.12.2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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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진

첫경험은 8살 때였다.
초등학교에는 반장이 아니라 회장을 뽑았다. 반장이란 말이 일본어투라나 뭐라나. 학기 초에 3월 회장, 4월 회장 이런 방식으로, 부회장 포함 최대 8명이 한 학기에 임원을 경험했다. 취지는 많은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리더의 자리를 경험해보자는 것이었다.

모든 초, 중, 고등학교 선거가 그렇듯 그때도 반장 선거 후보자의 당선 요인은 크게 ‘인기’와 ‘공부’였다. 한마디로 인간적인 매력이 있거나 수학경시대회 90점 이상은 맞아야 했다.

대통령 선거도 다르지 않다. 똑똑해야하는 건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특히 미디어 선거가 위세를 더해갈수록 후보자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더욱 중요해진다.

1학기 회장선거가 이미지와 소문으로 대략 후보자를 판단한다면 2학기는 날 것 그대로의 선거에 가깝다. 반 년 정도 같이 지내보면 대략 어떤 사람인지 답이 나온다. 쟨 어떤 놈이고, 저 아이는 뭐가 문젠지 다 안다는 얘기다.

2학기는 대체로 뽑힐 만한 친구가 뽑혔다. 그럼에도 12월이 되면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왜 나만 떠든 사람에 쓰냐고 하는 친구의 불만도 있었고, 청소 당번 순번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회장에게 다짜고짜 따지는 학우도 있었다. 사람 좋고 공부 잘한다고 해서 꼭 좋은 리더가 되는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선거의 한계일까 아니면 리더에 적합한 사람은 원래 드문걸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도 들었다. 이 생각에 정점을 찍은 건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였다. 과별로 후보가 나왔고 선거전이 치열했다.

피만 튀기지 않았지 전쟁이었다. 주요 선거 유세원들은 하루에 잠을 2~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유권자(전교생)에게 보이는 선거 퍼포먼스는 유쾌했다. 겉보기엔 축제였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여 있었다. 사소한 감정의 앙금은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에게 남아있다.   

드디어 선거의 해, 2012년 마지막 선거가 막을 내렸다. 생각보다 큰 표 차이로 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출구조사보다 더 큰 표차이로 박근혜 후보는 당선인이 됐다.

3천만 여표 중 과반을 가지고 갔다. 헌정 사상 최초다. 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높은 투표율은 50대의 몰표로 오히려 박 당선인에게 보탬이 됐다.

전문가들도 처음엔 높은 투표율에 놀라고, 그럼에도 박 후보가 당선된 사실에 한 번 더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이것이 민심이었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겠지만, 아직 유권자에겐 과제가 하나 남아있다. 지난 선거를 복기해보고 과연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리고 선거제도는 안녕한가 제도권 정치세력에게 묻는 일이다.
언론은, 특히 방송은 선거 과정을 공정하게 보도했나. 유권자의 민의가 고스란히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는 설계되었나. 투표율을 끌어올리도록 선관위와 정당은 최선을 다했나. 세대별, 정치성향별 대결구도와 갈등은 전보다 심해지지 않았나.

4년 중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논의보다 위의 질문에 답하며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이 질문들이 바로 민주주의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듯 민주주의는 차악의 제도일 것이며 이 지구상에 완벽한 제도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초, 선거 또한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건 여전히 민주주의다.

불완전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민의를 섬세하게 반영하도록 선거제도를 고안하고 법을 개정하기도 한다.

올해 총선, 대선 역시 악다구니 끊이지 않는 유권자 쟁탈전이었다. 네거티브는 차치하더라도 잡음이 유독 많았다.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의혹부터 선관위의 과도한 개입까지. 국가가 독점한 사법권으로 유권자의 말할 권리를 틀어막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의 약점을 메우는 보완재인 표현의 자유,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을 권리가 침해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시민들은 앞으로 5년 어떤 그네를 탈 수 있을까. 그네가 일정한 속도로 좌우 균형을 맞추며 움직이려면 그 출발은 선거제도의 기본을 바로 잡는 일, 본질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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