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삼성동에서 아이들과 벽화 그리는 이현지 씨
관악구 삼성동에서 아이들과 벽화 그리는 이현지 씨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12.21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아이보다 우리 아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봐요”

보통 ‘평범한’ 사람을 바뀌게 하거나 변화의 계기는 특별한 활동의 경험과 성과에서 나온다. 특별한 경험을 한 뒤 의식의 변화나 성장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타당성을 당위로서 ‘머리’로만 인식했을 때보다 훨씬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이현지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회원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씨는 5년 전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부당하다 생각되는 문제를 하나 알게 됐다. 한 학생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이 왔는데 이 씨는 그 상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별 문제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는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와 함께 ‘조직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그제야 학교 측은 상의 이름이 잘 못 기재된 거라며 가정통신문을 통해서 ‘해명’했다. 문제 제기를 한 학부모들의 ‘승리’인 것이다.

그때 이 씨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하니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아이 간식 챙겨주고, 때 되면 학교 가서 청소하던 자칭 ‘평범한 학부모’였던 이 씨는 지역의 ‘교육활동가’가 됐다.

이후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의 교육단체, 서울학교안전공제회 등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학부모의 목소리를 냈고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역의 신우초에서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단을 꾸리고 급식 재료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했다. 처음에 ‘왜 하지’란 반응이었으나 지금은 당연시 되고 있는 건 그 성과 중의 하나다.

지역교육운동을 해오던 이 씨는 최근 관악구 삼성동 지역의 마을과 경로당에 벽화 그리는 작업의 실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마을사업 중의 하나인 벽화 작업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고 일을 나눠 주는 역할이다. 그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주위 사람은 제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 씨는 벽화작업 지역선정도 했다. 그는 “여기는 곧 재개발 될 지역이라 사람들이 관리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 그럴 수록 낙후된 지역을 더 밝게 만들게 하기 위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벽화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지역의 학부모와 그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이 씨는 특히 학부모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학부모들은 서로 만나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벽화활동 참여를 계기로 더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물론 참여하는 아이들도 만족한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벽화 작업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요즘에도 아이들에게 줄 간식 때문에 학부모도 부담갖는 경우도 있고 아이도 ‘우리 부모가 간식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며 간식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아이라는 관점보다 우리 아이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하곤 붓을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