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예쁘게 보는 눈
모든 걸 예쁘게 보는 눈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2.12.2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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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수석연구원

점심 직전, 혼자 앉아 일하는 임신한 직원과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눈물 나는 대화를 했다. 30대 후반이라 고령임신이라며 병원에서는 이런저런 검사를 하라고 하는데 ‘이걸 꼭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너무 심한 입덧 때문에 걸을 수 없었고 병원을 못 가 검사들을 다 하지 못하기도 했었지만,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생명을 낳겠다는 생각에 검사를 하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했을 땐 문제가 있어도 낳겠으니 검사를 안 하겠다는 나의 생각이 너무 외골수적인 생각이라고 의사가 지적해주시면서 뱃속에서 미리 알고 수술을 하거나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검사를 하면 좋겠다고 권유로 충실히 모든 검사를 했다.

정상수치로 나와도 다운증후군인 경우가 있으니 양수검사를 강력히 권유하는 병원의 이야기를 불편한 마음으로 말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정상수치가 아닌데도 정상아로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내 친구들도 그런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그렇다고 당연히 내 아이는 정상일 거라고 믿어버리고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설사 기형아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만난 적이 있지만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는 참 행복해 보였어요. 딸을 기형아로 출산한 것이 그 엄마의 죄일까요? 그 엄마는 비관하지 않고 네 손가락만 가진 딸을 너무나 사랑스러워 하며 딸이 희망을 가지고 혼자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우리가 해야 할 진짜 마음의 준비는 이런 것인 것 같아요. ‘아기가 내가 원하는 것처럼 잘 생기지 않았어도,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니라 한 개가 더 있어도, 내가 바라는 것보다 조금 더 부족한 모습이고 조금 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더라도, 그 모든 모습을 예쁘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나에게는 예쁜 아기로 나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야 할 것 같아요.”

울컥…. 그녀는 눈물을 글썽인다. 있는 모습 그대로 생명을 예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마음을, 그렇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을, 부모가 되는 우리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자신의 아기가 눈이 작고 못생겨서 나중에 쌍꺼풀 수술을 해주어야겠다고 말했던 후배에게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많이 벌어 쌍꺼풀 수술을 해주는 것보다는 아이를 진심으로 예쁘게 바라보며 아이가 얼마나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는 부모의 존재일 것이다. 바로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원했듯이. 문득, 우리의 결혼준비 100일 기도 중 26일째 기도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눈을 갖게 하소서.”

모든 생명을 예쁘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이 점점 떠지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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