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자의 행보에 깔린 두 가지 그림자
박 당선자의 행보에 깔린 두 가지 그림자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12.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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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의 쪽방촌을 찾는 등 소와계층에 대한 관심을 앞세웠다. 26일 경제단체와의 만남에서도 대기업으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먼저 찾는 등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박 당선자의 이같은 행보는 적극 환영할만한 일이다. 박 당선자는 전경련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돼야 한다”며 “서민들이 하는 업종까지 재벌 2~3세가 끼어드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는 일단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경제민주화에 걸맞는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서울의 골목 상권을 고사시키는 대형마트를 비롯, 영세 빵집의 몰락을 부추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의 대형마트 정기휴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박 당선자가 이날 전경련에서 밝힌 상생을 위한 구상을 정부의 정책으로 구체화한다면 서민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쪽방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놓은 경제의 온기를 더욱 널리 느낄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전달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박 당선자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나왔던 얘기와 상충되는 점이 있어 뒤끝이 개운치 않다. 특히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마지막 일대일 토론에서 박 당선자는 반값 등록금 전면시행을 반대하면서 선별적 복지를 강조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평등하게 복지 혜택을 주고 필요한 재원은 소득수준에 따른 과세를 통해 마련한다는 복지선진국의 사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선별적 복지는 복지혜택을 얻어야 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다. 검증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침해는 불가피하다. 반면 평등복지를 시행하면서 선별적 과세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개인별 소득 조사와 자산 평가를 거치면 된다. 잘 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해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박 당선자의 쪽방촌 방문과 양극화 해소 발언이, 사회적 약자를 언제까지나 도움의 대상으로 보고 시혜를 베풀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자는 선거 막판에 ‘다시 잘 살아보세’리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구호다. 당시 선거 막판에 그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유가 장년층의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선거를 위한 캐치프레이즈 이상의 의미두지 않는 편이 나을 듯 하다.

박 당선자의 당선 직후 며칠 동안의 행보를 보면 고 육영수 여사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박 전 대통령이 남산 중앙정보부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 인사를 고문할 때 육 여사는 육영재단 이사장으로서 우아한 미소를 앞세워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사업에 나섰다.

박 당선자가 앞으로 이같은 이율배반을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24일 첫 인사로 내놓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선정은 박 당선자를 보며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기우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이러한 기우를 불식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을 펼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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