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박사 신창연 대표, 투표율 100% 1억 지급
여행박사 신창연 대표, 투표율 100% 1억 지급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28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 20명 대선 투표율 100% 달성, 1억 원 쏘았죠!’

지난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 여행사에서 내놓은 공약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여행사인 ‘여행박사’에서 전직원이 투표할 경우 1인당 각각 50만 원씩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선이 끝난 뒤 여행사에 결과를 물었다. 답은 직원 200명 모두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특별 보너스는?

“200명에게 50만 원씩, 총 1억 원을 곧바로 지급했습니다.”

‘여행박사’ 신창연 대표의 말이다. 중소기업을 이끄는 대표로서, 더욱이 올해와 같은 불경기에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한번에 ‘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신 대표는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투표율 100% 달성을 기뻐했다. ‘

여행박사’는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총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직원들의 투표 참여 이벤트를 벌였다.

참여에서 얻는 더 큰 재미 위한 결정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궁금했다. 신 대표는 “재미있게 살고, 재미있게 일하자를 신조로 살아왔다”며 “2003년부터 사내 팀장부터 임원 직선제를 도입해 나라 선거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싶어 시도했는데 호응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후 선거 때도 일하고 쉬는 게 먼저인 젊은이들의 관심을 돌려놓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휴일이 아니라서 오후 5시에 회사 문 닫고 투표 못한 직원들 다 내 차로 투표소에 실어다 주기도 했다”며 “직원들이 신나게 선거에 참여하게 하려고 시작하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사내 민주화를 위해 투표로 임원 승진을 결정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신 대표의 노력은 곧바로 직원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되돌아왔다.

신 대표는 “직원들이 먼저 ‘이번엔 안 하냐’ ‘어디 재보궐 선거 없나, 용돈 좀 벌게’라며 선거를 기다리는 눈치”라며 “선거에 신경도 안 쓰던 젊은 친구들이 요즘은 후보들 TV 토론을 챙겨보는 등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한 사람이라도 투표에 빠지면 포상금을 못 받게 되니까 서로 격려해주면서 동료애도 깊어졌다고 한다. 또 회사 마스코트 분장을 하거나 우스꽝스런 차림으로 인증 샷을 찍는 등 직원들 스스로 즐기게 됐다.

직원 투표 보장 안하는 기업도 있어

이번 대선에서 100% 투표율을 달성한 성취감도 높다. 그는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서 100% 투표 못했으면 창피할 뻔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투표하는 날을 어정쩡한 휴일로 정하기보다 근무일로 하고 투표시간을 밤 10시까지로 하면 투표율이 훨씬 높게 나올 거라고 믿는다”며 “의외로 투표일 휴무를 하지 않는 기업이 굉장히 많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투표는 다들 각자 알아서하고 회사를 신고하면 벌금만 내면 된다고 여기는 경영자도 있을 거라고 한다.

신 대표는 “투표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보다 투표는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돼서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현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며 “따라서 투표하라고 100만 번 외치는 것보다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전문가들은 투표율 75%를 넘으면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지만 모두 틀렸다. 투표율 높이기 선수인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일지 물어보았다.

신 대표는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이 들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투표에 참가하면 한명당 1만원을 준다고 하면 투표율 95% 넘어 공정한 결과가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간부, 임원 모두 투표로 재신임 결정

덧붙여 “우리 회사 간부와 임원들은 매년 재신임을 받는데, 2년차는 60%, 3년차부터는 7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지난 10년간 승진이나 재신임에서 탈락했다고 회사 그만둔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어떤 팀장들은 반대표에 적힌 이유들을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내년엔 이걸 공약으로 걸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절치부심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먼저 실망감부터 털어놓는다.

그는 “상대방이나 그 지지자들에 대한 존중은 단 1%도 없이, 내가 되면 나라가 흥하고 저쪽이 되면 망한다는 식으로 죽자고 물고 뜯는다”며 “선거 끝나면 국민의 절반은 자기편이 아닌데, 서로 국민이 원한다고 떠든다”고 꼬집었다.

또 “제발 국민 좀 팔지 말라”며 “유권자들도 패거리를 지어 자기 편 후보는 뭘 해도 예쁘고 TV 토론에서 황당한 소리를 해도 그냥 실수라고 넘어가니 삼류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선거 캠페인을 계속할 생각이다. 축제는 선거가 될수 없지만 선거는 축제가 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행박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기에 선거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