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혁명…프랑스가 뿔났다
21세기 혁명…프랑스가 뿔났다
  • 백연주
  • 승인 2010.10.2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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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주의 ‘프랑스 엿보기’]

책을 몇 권 사려고 차를 몰고 나갔다가 들른 주유소.

입구부터 도로까지 길게 줄 서 있는 20여 대의 차들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직원에게 물었다. 하지만 “기름이 없어요”라는 아이러니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니.

사십여 분 경과 후, 차를 돌려 ‘기름이 있는’ 주유소를 찾아 2시간을 달린 끝에 프랑스 동부국경을 넘어 룩셈부르크에 도착해서야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과연 프랑스가 기름없는 주유소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60세였던 기존 정년퇴직 적정연령과 연금수급 개시일을 각 2년씩 연장하겠다고 밝힌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관해 대항하는 국민들의 사그라들지 않는 원성으로 프랑스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엘리제 궁의 새로운 개혁정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프랑스의 대표적인 노동연합인 CGT, CFDT, FO 등은 즉각 파업과 시위에 돌입했고 평소 자유시위가 잦은 프랑스의 이번 사태는 종전의 다른 사례들과 같이 정부 혹은 시위대의 빠른 패배로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약 2주일이 지난 오늘, 여전히 쌍방간의 합의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입장표현이 더욱 거세지고만 있다.

프랑스 전국의 블랙아웃을 선언한 노동연합단체는 정유노조파업을 감행하기에 이르러 전국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난데없는 ‘주유쟁탈’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국민들은 주유를 위해 평균 한두 시간은 대기해야 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경과 다소 근접한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다른 나라까지 원정을 마다치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정부는 긴급히 정유저장고를 방출하려 했으나 모든 경로를 차단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노조원들에 의해 수월한 유통은 물건너 가버렸다.

전국에 석유가 바닥나면서 가장 큰 타격은 대형마트나 공장에 물류를 운반하던 대형 트럭들에게 돌아갔다. 운반, 유통을 더 이상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된 업계종사자들은 일부 고속도로를 폐쇄하며 파업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각 도시의 마켓에서 당분간 신상품을 구입하기는 어려워 졌다.

이와 동시에 대중교통 또한 파업을 시작하면서 TGV와 지하철은 현재 3분의 2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항공의 경우는 약 50퍼센트의 스케줄만 운항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퇴근을 비롯, 무역, 우편 등에도 상당히 큰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이다. 

젊은 학생들까지 시위에 동참하면서 학교들도 휴교 위기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젊은이들의 시위동참이다. 평소 교육정책이나 등록금 인상 등의 시위에만 참여하던 프랑스의 10, 20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사르코지의 연금개혁안이 부족한 일자리로 인한 더 높아질 실업률, 변화없는 변화 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반 노동연합에 합류하거나 따로 학생단체를 만들어 시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각 학교의 일반 출석율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고 이는 교사들의 파업동참까지 이끌어내면서 프랑스 전국 학교들이 휴교를 하기 시작했다.

▲ 파업 현장.


그러나 대규모 시위에 젊은피들이 수혈되면서 동반되는 문제점 또한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 중 다소 격분한 일부 젊은 시위대들이 공공기관을 파손하고 방화하거나 진압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의 지나친 행동을 보이며 물의를 빚고 있고, 이는 거리를 행보하거나 연설로 이루어지는 기존 노동연합들의 자유시위와 비교해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러한 젊은 시위대들의 행동에 강제연행, 폭행으로 대처하던 중 얼마 전 16세의 소년이 경찰이 발사한 최류탄을 얼굴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며 무분별한 경찰과 정부의 대응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약 20만명으로 시작한 노동연합 측의 시위는 어느 덧 35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국민들의 참여로 정부에서 시위대 진압을 위해 배치시킨 2만 7천명의 경찰의 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숫자다.

특히 파리나 마르세이유의 경우는 각 도시당 평균 30만명의 국민이 시위에 참여하며 프랑스 대도시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자유, 평등, 형제애의 나라 프랑스.

그들은 지금 평등을 위해 형제애로 뭉쳐 자유롭게 싸우고 있지만 이로 인해 아름다운 국가가 멍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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