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의 각 자치단체에 불어닥쳤던 영유아 무상보육료 대란이 올해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전면 실시로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예산 부족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추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의 보육료 분담률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바라고 있다. 무상보육 사업의 국비 비율을 20%씩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고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서울시는 현재 20%인 국비 지원을 40%로 높여 받게 되고 지방은 70%까지 받을 수 있다.
8, 9월 보육 중단 위기 1년만에 반복
하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서울시의 0~5세 무상보육 재정은 8~9월쯤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무상보육 재정은 국회가 최근 소득 상위 30%까지 0~5세 무상보육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에 더욱 빨리 닥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으로 2644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정부예산안에서 지자체 부담액으로 잡은 3949억 원보다 1305억 원이 부족하고, 최종 국회의결예산안 5907억 원보다 3263억 원이 부족하다.
25개 자치구도 올해 0~5세 무상보육료로 1231억 원을 편성했으나 이는 정부예산안1879억 원보다 648억 원, 국회의결예산안2824억 원보다 1593억원이 모자란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4856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올해만 국비 3607억 원과 특별교부세 2000억 원을 전국 지자체에 추가로 지원하기로 해 실제 부족예산은 서울시 1751억 원, 자치구 864억 원 모두 2615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당장 서울시와 각 지자체로서는 부족한 예산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도 서울의 각 자치구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무상보육 예산을 소모, 1700억 원이나 부족한 보육대란을 겪었다.
특히 자치구 분담율이 타 자치구에 비해 높은 서초구는 카드납부를 통해 가까스로 무상보육을 진행했다.서초구의 경우 정부 지원은 10%, 서울시로부터는 27%만 지원받고 나머지 63%를 구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강남구와 종로구, 중구도 각각 20%, 40%, 40% 비율로 무상보육료 예산을 분담하고 있다.
정부지원금 서울 20%, 타 지자체는 50%
이와 같이 서울시의 자치구 무상보육 예산 분담율이 높은 까닭은 재정자립도 등을 기준으로 정부 지원 비율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정부로부터 50%의 지원을 받는 타 지방과 달리 20% 지원만 받는 것도 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예산을 분담하는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작년 부동산 경기 악화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 당장 눈앞에 닥친 무상보육료 추가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더욱이 각 자치구는 올해 사회복지예산 급증으로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을 추가로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강서구의 경우 올해 예산총액 4456억 원 가운데 사회복지비가 2408억 원으로 54%를 차지하는데다 영유아 보육예산을 추가로 부담할 여력이 없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이같은 국고기준보조율의 편차로 보육료 부담이 타 지자체보다 너무 크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상보육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정책을 수립해 놓고 재정 부담은 지자체에 전가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상황은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며 “국고보조금 비율을 40%까지 높이는 방안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