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말바꾸기로 불신 자초하는 문용린 교육감
잦은 말바꾸기로 불신 자초하는 문용린 교육감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3.01.1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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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입장 변화 대표적, 전교조 공격 사과에 본심 ‘헷갈려’
▲ 학교 현장 방문에 나선 문용린 교육감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중학교에서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오락가락 교육행정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고 서울 교육 정책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경우가 혁신학교 지정 문제이다.

문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출마 초기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교육의 지평을 넓힌 점이 있다”며 혁신학교 등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문 교육감은 선거 운동 당시 사교육업체 대교와 밀착 관계 등으로 공격을 받자 입장을 보수적으로 빠르게 바꿨다.

교육감 후보 TV토론회 등에서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성적이 떨어지고 성과도 모르겠다고 평가 절하했다. 또 특정 단체(전교조) 교사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혁신학교와 전교조를 동시에 공격했다. 그러면서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 추가 지정은 기존의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와 검토 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혁신학교 말바꾸기로 학부모 분통

교육감에 당선 후 꼭 일주일 만인 작년 12월 26일 문 교육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혁신학교 지정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줬다.

혁신학교 확대를 요구하는 위원이 다수인 교육위에선 혁신학교 추가 지정을 요구했고 문 교육감은 기존 입장과 다르게 공모 신청한 6개 학교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형태 교육위원 등이 학부모가 혁신학교 지정 청원을 한 우설초·천왕중에 대해서도 혁신학교 지정을 요구하자 별 다른 반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사실상 수용했고 시의회는 혁신학교 8곳의 예산 14억7000만 원을 의결했다.

그런데 문 교육감은 얼마 안 가 공모신청을 한 6개 학교만 지정하고 우설초·천왕중은 혁신학교 평가 및 검토 후 논의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김형태 교육의원은 “교육위, 예결위, 본회의 등 몇 번의 의사를 밝힌 기회가 있었음에도 밝히지 않다가 이제 와서 추가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문 교육감을 비판했다.

전교조 공격, 본심? 선거용?

전교조에 대한 이중태도와 말바꾸기도 논란이 돼고 있다. 문 교육감은 선거 운동 막바지에 전교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 교육감은 14일 시교육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전교조 종북 세력이 서울 교육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위식”이 있다며 전교조에 색깔론을 들이댔다. 그러나 당선 후 문 교육감의 전교조에 대한 입장은 급하게 선회했다.

당선 후 시의회를 찾은 문 교육감은 최홍이 교육위원장에게 “전교조를 비난한 것은 선거 국면에서 한 선거용이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후 문 교유감은 작년 12월 27일 전교조 서울지부를 찾아 “선거기간 중 제 얘기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기간 전교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색깔론 공세를 퍼부은 것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이다.

사실 문 교육감은 전교조에 대해 그리 적대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문 교육감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10월 전교조 교사의 복직에 대해 “정부는 이를 계기로 전교조의 대의와 주장을 대폭 수용, 교육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국민일보, 1993년 10월 16일자)며 전교조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문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 재임 시인 2000년 6월 9일 전교조와 역사적인 첫 단체협약에 서명한 주인공이기도 했고 전교조 행사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중1시험 폐지 대신 진로 교육 확대로

문 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교육감은 선거 운동 당시 중학교 1학년은 진로와 적성을 탐구할 중요한 시기이므로 시험을 폐지하고 진로와 적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당선 이후 중1학년 시험 폐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시험 폐지 대신 진로 교육 확대가 들어섰다. 작년 12월 27일 한국교총을 방문한 문 교육감은 “중1때 시험은 있지만 진로 탐색을 집중적으로 하자는 취지”라며 자신의 약속을 뒤집었다. 중1시험 폐지가 진로 탐색 강화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환영했고 문 교육감에게 공격을 받았던 전교조는 반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보수 교육단체 눈치보기?

그러나 문 교육감이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학생인권조례이다.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어려움이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수정 의지를 밝혔는데 6일 KBS1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학생인권조례 수정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렇게 문 교육감이 오라가락 행보를 하고 입장을 바꾸는 배경엔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태생’의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보수진영의 추대로 당선이 된 만큼 보수 진영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26일 혁신학교 추가 지정 의사를 밝힌 문 교육감은 다음 날 교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교총인사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1시험 폐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한 교육위원은 말했다.

선거용이든 보신용이든 잦은 말바꾸기와 소신없는 교육행정으로 서울 교육이 혼란에 빠졌다는 지적을 문 교육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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