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 미술계에 거는 희망
2013년, 새해 미술계에 거는 희망
  • 정민희
  • 승인 2013.01.1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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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작품들의 프리뷰 장면.(왼쪽) 미술경매 진행 현장.

국내 미술시장은 2007년 활황을 정점으로 2008년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012년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찬바람이 불었다. 중견화랑들이 속속 폐업을 했고 국내 제일의 갤러리현대 강남점도 문을 닫았다.

청담동을 중심으로 생겨난 상업화랑들은 생명력이 더 짧아 미술계에 불어 닥친 한파를 절감해야 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은 연간 9개사에서 총 891억8792만 원이 낙찰되었다. 그나마 거의 거품 빠진 가격으로 거래된 셈이다. 낙찰 총액으로는 1위였던 이우환이 김환기와 자리를 바꿨다. 김환기의 낙찰총액은 79억6000만 원이었다.

반면 신규 화랑 오픈은 어느 때보다 많았다. 화랑가는 2007년 이후 매년 100개 이상씩 새롭게 오픈했고 2012년은 사상최대인 182개의 전시공간이 생겨났다.

이는 2만여 명의 미술대학 재학생이 매년 6000명 이상 졸업을 하는 미술가 양산시대와 맥락을 같이 한다. 또 문화예술의 힘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작용했다. 이제 순수 작가뿐만 아니라 미술을 활용한 분야가 그만큼 차별화된 가치를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요즘 졸업을 앞둔 미대생을 보면 작가공부를 하고자 대학원 진학을 곧바로 하겠다는 경우가 드물다. 2007년 졸업생들처럼 메이저화랑에서도 대학 졸업전시회에서 헌팅을 하겠다고 나서서 부르는 게 작품가격이고 주문을 받고 날개를 달아주었더라면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금방 인기스타가 되는 우쭐함에 살맛이 났겠지만 이미 3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그림자도 찾기 힘들게 됐다. 젊은 작가를 매니저 해주어야 할 화랑들이 눈앞의 영리를 목적으로 팔리는 그림만을 주문하고, 멋모르는 젊은이들은 팔리는 게 예술이라는 잘못된 유행을 따르며 여기에 미숙한 초보컬렉터들이 가세한 삼박자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때문에 기층이 얇은 한국미술시장은 이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는, 예상 가능한 모습들이었다.
미술시장이 가장 위축된 올해 졸업을 앞둔 미술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참고 뛴다고 완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을 수도 있는 길. 수도승처럼 고독을 친구로 해야 한다.

여기다 최근엔 인간적 교류와 비즈니스까지 너무나 중요하고 필수요건이 되어버린 게 미술시장이다.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나를 꿋꿋이 지켜가는 순수한 작품과 거기에 따른 인성까지 더한다면 꼭 좋은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잠시 타 분야에 외도도 해보았고 미술계로 돌아와 미술의 다방면에서 작업, 기획, 아트컨설팅 , 강의, 심사위원 등을 해보았다. 그동안 얻은 결론은 미술은 곧 축복이었다는 점이다.

이 미술바닥에서 버틸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는 것, 항상 변화에 민감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확장된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미술인으로서 이미 큰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동안 화랑가에서 초조하게 눈치만 보면서 오랫동안 유보되었던 미술품양도세가 급기야 올 1월1일부터 시작됐다. 미술품양도세 대상은 작고한 작가들의 6000만 원 이상 작품이기 때문에 생존 작가들에겐 큰 영향이 없을 테지만 얼어있는 미술시장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뒷돈거래와 탈세라는 오명을 벗고 선진화된 투명한 거래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또 긴 안목에서 미술시장을 보자면 문화예술의 인프라 구축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1969년 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 당인리발전소는 런던 템즈강의 뱅크사이드발전소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을 벤치마킹해 새롭게 탈바꿈한다.

당인리발전소 프로젝트는 2007년 대선공약을 거쳐 최근 2016년 완공한다는 프로젝트가 확정됐다. 지하에 발전소를 앉히고 지상에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체육시설 등의 문화복합공간을 조성하게 된다.

홍익대를 시작으로 상수역을 거쳐 카페골목을 지나며 한강을 만나는 곳에서 문화벨트로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해뜨기 직전의 어둠이 가장 무섭기도 하고 적막에 휩싸인다. 정책의 미비로 시행착오는 있지만 뒤늦게나마 예술의 경쟁력을 알아차리고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지원을 현실화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생계유지 걱정 없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선진국을 꿈꾸며 큰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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