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외지역 쪽방촌, 화장실부터 고친다
서울 소외지역 쪽방촌, 화장실부터 고친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1.1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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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7개 쪽방에 화장실은 286개, 서울시 지속 지원 절실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화장실의 개선 전 모습.

종로구 창신동과 돈의동 쪽방촌에 지난 12월 뜻하지 않은 선물이 들어왔다.

적게는 7~8가구에서 많게는 15가구가 이용하는 낡아빠진 공중화장실을 말끔하게 고쳐준 선물이었다.

이들 쪽방촌 화장실 개선에 나선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이하 문민협)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1000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창신동 1곳, 돈의동 1곳 등 2곳의 화장실을 손보았다.

일반적인 공사비로 따지면 화장실 적게 잡아도 140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공사였으나 그동안 문민협의 진행

▲위 화장실의 개선 후 모습.
해온 화장실 개선사업을 함께 해온 업체의 협조로 무사히 공사를 마쳤다.

문민협은 이번 화장실 개선 공사에 앞서 서울 각 지역을 직접 방문해 쪽방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비참했다. 특히 집중적으로 조사한 화장실 실태는 더욱 열악했다.

현재 서울의 쪽방촌은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도심지역과 영등포구 등 4개구 8개동의 건물 286동에 3487개가 몰려있다. 

작은 건물 하나에 평균 12개의 쪽방이 몰려있는 셈이다. 더욱이 화장실은 건물 당 1개에 불과했고 한 사람이 겨우 운신할 수 있는 공간에 변기 1개와 수도꼭지 1개가 전부였다.

또 건물주가 입주주에게 월세를 감면해주는 조건으로 화장실 관리를 맡겨 배관 고장 등에 대한 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쪽방촌 거주자는 40대 후반에서 70대가 대부분으로 상당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서 퇴행성 관절 질환 및 위장, 간질환, 당뇨 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

이번 화장실 개선 사업에서 돈의동의 경우 1개뿐인 좌변기를 교체하는 한편, 바닥 타일 보수와 전선피복, 배관 교체 등을 진행했다.

또 좌식 변기를 둔 창신동은 부식된 바닥공사를 새로 하고 틈이 벌어진 벽면 보수, 전선피복 교체, 페인트칠 등을 진행했다. 공사 과정에서 문민협 측은 겨울 추위에 대비 난방기를 설치하고자 했으나 입주민들이 전기료 부담 때문에 적극 반대해 마무리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번 사업이 서울 쪽방촌 화장실 286개 중 단 2곳만 고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문민협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공공시설의 화장실 수준은 이미 선진국을 따라잡았지만 도시의 이면에는 비참한 수준의 화장실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공공의 관심과 힘을 모아 소외계층에게도 보다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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