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正), 반(反) 그리고 합(合)
정(正), 반(反) 그리고 합(合)
  • 김진웅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승인 2013.01.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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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우리사회가 이분법적 논리에 깊이 빠져 있음을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새삼 느끼게 된다. 승자만이 권력을 독식하는 정치논리에 함몰된 탓도 있지만, 선거를 우리 모두의 합일을 위한 정치적 과정으로 인식하는 시민의식이 빈약한 탓도 크다. 현재 여론은 극도로 분열된 현상처럼 비춰진다.

독일 사회학자 페르디난드 퇴니스(Ferdinand Toennis)는 '공적 의견'과 '여론'을 구분하였다. 즉 공적 의견은 서로 대립되는 공적으로 표출된 의견의 총합이고, 여론은 형성된 공중의 판단이나 이상적으로 결집된 결정에 기반하여 통일적으로 작용하는 특정한 힘을 뜻한다.

그리고 특정 여론은 객관적 지식이나 깊은 성찰의 결과라기보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이에 미루어 볼 때 지난 대통령 선거결과는 우선 특정 여론의 일방적 표출보다는 대립되는 공적 의견이 공존함을 상징한다.

아울러 당선자에 대한 다수 여론은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담고 있다. 선거결과는 특정 시점, 즉 2012년 12월 19일의 국민여론을 상징하는 것이자, 앞으로 5년이라는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남은 과제는 공적 의견을 일치 수렴하여 합의적 여론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이고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의 리더십이다.

끝없는 대립은 정(正)과 반(反)의 단계를 넘지 못하고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이는 발전이 아니라 끝없는 퇴보 또는 현상유지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교대로 권력을 쥐게 될 기회를 갖는다. 이들과 밀착되어 있는 지배계층 역시 불연속적이지만 자신의 이해를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반면 평범한 다수의 국민들은 번번히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순수 국민의 마음은 특정한 부분이익 보다는 보편적인 일반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진정한 의미는 정과 반을 넘어서 합(合)을 이루는 방편이라는데 있다. 보통 나는 항상 정의 위치이고, 너는 늘 반에 위치 지워진다.

나의 존재는 항상 (긍)정으로 느껴지고, 너의 존재는 모두 반(대)으로 배척하기 쉽다. 따라서 정-반 단계는 언제나 상대논리에 머문다. 이것이 이익사회이다.

하지만 공동체사회는 나와 너를 아우르는 ‘우리’라는 합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이리라. 투표는 정과 반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합리적인 절차이며, 궁극적으로 합을 지향하는 과정이다.

선거라는 역사적 순간을 통과하는 역사발전의 과정은 정-반-합의 연속이다. 이런 과정은 직선으로 진화하기 보다는 완만하게 곡선모양을 그리며 나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던, 어떤 후보를 지지했던 새로운 정부의 미래는 미리 예단할 수 없다. 미래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지와 지도자의 리더십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각자는 여론이라는 채널을 통하여 의지를 결집하면서 역사에 동참하게 된다. 여론은 고정된 고체 상태가 아니라 안개 또는 가스 형상이라는 퇴니스의 언급은 민심의 가변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를 깊이 새기며 우리나라가 이익사회를 넘어 공동체사회로 도약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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