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심잡기
삶의 중심잡기
  • 김진웅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승인 2013.01.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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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다. 게다가 한파까지 동반되면서 온 세상이 마냥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오염된 인간 세상을 덮어주고 싶은 자연의 마음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의 도시생활은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연속적 과정이다. 마치 거대한 기계의 작동처럼. 도시라는 기계는 살아서 내린 눈을 순식간에 압사시켜 잿빛으로 바꾼다.

낭만적으로 내린 눈은 또한 시민들의 고달픈 삶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엉덩방아 찧고… 그래서 빙판 때 외출은 오로지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하게 된다: 중심잡기!

중심을 잡는 주체는 오로지 나 자신이다. 설령 다른 사람과 함께 가더라도 각자 자신이 중심을 잡아야 온전할 수 있다. 옆 사람에 너무 기대어도 함께 넘어진다.

그 역시 빙판에서 힘을 쓰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빙판은 힘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이다. 등산의 경우, 이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등산에서 내리막길은 오름길보다 더 위험하다.

특히 눈길에서는 중심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내리막길보다 몇 배나 높다. 신발에 낀 아이젠, 양손의 스틱은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중심잡기의 산행 보조기구이다. 서울 인근의 산은 마치 역동적인 삶의 현장처럼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전 시민이 산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등산객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실제 삶 역시 등산길과 유사하다. 인생과정에서 중심을 잡는 문제는 청년의 시기보다 장년의 시기가 더 중요하다. 청년기에는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장년기부터는 미래에의 기회가 적고 불확실하다. 더구나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라는 위상은 운신의 폭을 더욱 조인다. 마치 등과 어깨에 가족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조마조마하다.

요즘처럼 경제가 꽁꽁 언 빙판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호경기 때는 쉽게 걸어갈 수 있지만, 불경기 때는 최대한 조심조심 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경제적 중심을 잃으면 생활의 안전판이 한순간에 사라져 추락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우선 건강 챙기기와 인생길의 안전장비들을 최대한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청은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자세이다. 일찍이 사상가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고 설파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긴요한 진리의 말씀이다. 생각하는 일상은 참된 자신의 삶을 찾고자 하는 고뇌이자, 중심을 다잡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작금의 현실은 외적인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내적인 정신적 충만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물질적 욕망은 육신의 본능적 욕구충족에 그친다. 이에 비해 정신적 욕망은 각자 내면의 본성적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의 원인을 사회나 국가 공동체 차원으로 전이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소유적 본능과 자연스런 본성은 그대로 ‘집단적 본능’과 ‘집단적 본성’으로 확대 연장될 뿐이다.

개인과 사회는 별개가 아니라 동질적 존재현상이다. 예컨대 개개인의 투표행위 결집이 사회와 국가의 향배를 결정하게 된다.

각자 최고를 추구하는 욕망의 질주를 지속하기 보다는, 서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는 삶의 온전성(穩全性)을 지향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온전성은 중심잡기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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