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인생을 마셔버리면
술이 인생을 마셔버리면
  • 우선희 서울기독대학 강사·헤드헌터
  • 승인 2013.01.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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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희 서울기독대학강사·헤드헌터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보니 종종 인생이 외줄타기와 같다는 것을, 지경이 넓어질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나이가 많아질수록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살아도 부족한 무엇이 있으며, 무리 속에서 외로우며, 알게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연약하고 허허로운 우리 인류에게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술은 우리의 친구요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마음을 터서 유대를 강화하려고 혹은 외로움을 달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종종 술의 힘을 빌립니다.

잔치가 있는 곳이나 애사(哀事)가 있는 현장에서도 술이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합니다. 우리에게 한 제약회사의 피로회복제로 알려진 ‘박카스’라는 상표명은 바람둥이 제우스가 세멜레와 바람을 피워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로마 사람들이 박카스라 부른 것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반신반인(半神半人)인 술의 신으로 전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카스(디오니소스)는 포도를 수확하여 포도주를 만들고 의식과 제사를 열광적으로 하는 황홀경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술이 나타내는 속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풍요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열심히 사는 마음이 흐릴 때에 다시 채워주고 분발하는 촉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하여 사람 잡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즐기는 수준을 넘어 술이 사람을 마시고 이성을 조정하기 어려워서 민폐가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술로 인해 풀려버린 눈동자나 역할 정도의 술 냄새는 그 사람의 인상을 나쁘게 만들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술김에’ 혹은 ‘술의 힘을 빌려’라는 객기어린 행동은 누추하고 염치없습니다. 술이 취하여 시비가 생기고 싸움이라도 난다면, 정작 본인은 물론이고 운 나쁘게 걸려 든 남의 인생도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행한 성폭력은 가장 위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과도하게 억지로 술을 권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성의 일부로 간주해 왔고 술이 취해 남에게 끼친 이런 저런 불상사와 민폐에 대해 관대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술은, 정말로 얼큰히 취해 위로하거나 축하할 정도만 되어야 하겠습니다. 술이 인생을 마시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대학 입학 시즌에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로 인한 사고가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MT라는 이름의 각종 연수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술로 질서를 잡으려하고 술로 우호를 돈독히 하려는 시도는 이제 옛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술은 미래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일부로 친숙히 존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지하고 무책임하게 술 마시는 사회는, 우리 청년들이 산뜻하게 정리를 하여 좋은 것으로 승화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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