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박물관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서울의 박물관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 이원영 사회적기업 (주)놀이나무 대표
  • 승인 2013.01.2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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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좋다!

그런데 정말 박물관이 좋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박물관은 학창시절 어쩔 수 없이 가야했던 장소, 지루하거나 어려운 장소일지 모르겠다. 나 또한 박물관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은 것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쩌다보니 박물관이 참 좋아져버렸다.

아마도 그 시작은 10여 년 전 유럽여행 중에 들렸던 대영박물관이었을 것이다. 영국의 비싼 물가와 더위, 그리고 도심의 복잡함에 지쳐가던 여행 중 대영박물관에 들렸는데 입장료는 무료였다.

화장실까지 돈을 받는 유럽에서 이게 웬일인가 싶은 반가움에 일단 대영박물관이 좋아졌다. 들어가 보니 시원한 에어컨과 쾌적한 실내, 반짝반짝 빛나는 복도와 주변에는 온통 신기한 물건들도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지친 여행 중에 뜻밖에 선물을 받고 처음으로 박물관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보물 같은 박물관이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요즘처럼 추운 겨울, 그것이 어떤 박물관이어도 좋다. 일단 박물관에 가 보자.

대부분의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고, 있어도 요즘 다른 물가에 비하면 참 저렴하다. 그래서 박물관에 갈 때마다 그동안 낸 세금을 돌려받는 기분이 들어 한껏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간다.

물론 박물관 입구에서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살짝 망설임이 찾아온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그래,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인데!’ 박물관에 일단 들어가면 넓고 쾌적한 공간에 훈훈한 공기가 우리를 기다린다.

“음~~~~따뜻하다.”
박물관 냄새! 박물관 냄새는 박물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쩐지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곤 화장실을 점검할 차례다.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따뜻한 물로 손까지 씻으면 박물관에서 행복은 절정에 이른다. 다음에는 잘 닦여진 바닥을 '또각또각' 걸어가며 눈이 즐거울 차례다.

‘아유, 전시실이 너무 재미없네. 뭐 이런 식으로 글자만 잔뜩 써 놨어? 누가 읽는다고?’ ‘요건 뭐야? 음, 처음 보는 건데? 요상하게 생겼네?’ 이렇게 나만의 감상을 하며 즐거워하는 동안 가족들은 뭐 하고 있을까?

아이는 전시물보다 먹을 거 타령이고, 남편은 아트숍에서 뭐하나 건질 거 없는지 둘러보고 있다. 그러다 슬슬 배가 고파지면 미리 찾아 놓은 맛집 정보라도 있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가 책을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박물관을 가까이하길 바란다. 우리 아이와 박물관에 자주 가고 싶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사람들은 모두 좋은 추억과 경험이 있었던 장소를 더 자주 가고 싶어 한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엄마아빠의 관심을 받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박물관 아트숍에서 예쁜 기념품을 선물 받았다면? 박물관 근처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아이들은 박물관에 다시 또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박물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법과 자기만의 이유로 박물관을 좋아할 수 있다. 박물관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즐길 권리가 있는 공간이다.

일단 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면 박물관은 올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알려줄 것이고,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겨울이 참 춥고 길어졌다. 그래서 나는 박물관이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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