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거부한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일제고사 거부한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3.01.25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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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파면에도 아이 사랑의 길은 한 길

“학교에 돌아가면 아이들을 위해 고민했던 걸 더 많이 실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 가야죠.”

올 4월이며 4년 2개월만에 그리던 학교로, 교사로 ‘복귀’하는 김영승 교사(세화여중)의 오랫동안 다져온 포부다.

김 교사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직’인 교사의 자리에서 잠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는 2008년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듬해인 2009년 2월 파면됐다. 실은 거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선택권이 있음을 설명해 준 것뿐이다.

당시 중간고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일제고사’를 치르게 됐고 지친 아이들은 김 교사에게 ‘꼭 봐야 하냐’고 물었고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양심에 거리끼는 답을 할 수 없어 시험에 대한 선택권이 있음을 설명했다.

아이들 백지 답안 제출

평소에도 사립학교 재단인 학교에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그는 이 일로 징계를 받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파면은 그래도 너무 크게 다가왔다. 학교측의 징계 움직임이 있자 아이들 100여 명은 항의의 표시로 백지 답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때 김 교사는 아이들의 이렇게 항의의 뜻을 전하자 “기특하고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일로 아이들도 나름 어려움을 겪었고 김 교사는 2009월 결국 파면 통보를 받았다. 이때부터 김 교사의 기나긴 법정 싸움과 ‘마음’ 공부가 시작됐다.

일제고사 선택권 설명 “후회 안 해”

김 교사는 파면 당한 뒤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동료 교사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같이 서 있다 가는 등 도움을 많이 줬다.

그래도 교사가 교단에 서지 못하는 그 상황은 그에게 “마치고 나올 때는 참담”한 기분을 안겼다. 그는 그때의 ‘설명’을 후회하지 않는다. ‘일제고사’에 대한 그의 양심을 지켰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사로서의 ‘정도’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래도 길고 힘든 법정 싸움은 어쩔 수 없었다. 잇따른 승소에도 학교 측이 다시 파면 처분을 했을 때는 화도 많이 나고 걱정도 됐다. 보수적인 법원의 태도도 우려스러웠다.

재판 판결을 앞두고는 심한 압박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등 불안해 ‘마음’ 공부를 위해 1주일씩 등산을 하는 등 마음을 다스렸다. 김 교사는 4년이라는 긴 해고 기간에도 잘 이해해 주고 도와준 아내는 고맙지만 민감한 사춘기에 해직교사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해서 큰 딸에겐 미안한 마음도 있다.

복직하면 아이들과 더 잘 소통하고 싶다

김 교사는 두 차례의 파면과 6번의 승소로 2012년 10월 최종 무효 판결을 받았다. 기나긴 싸움의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김 교사가 바로 돌아오는 것을 막았다. 학교 측인 일주학원은 김 교사에게 올 1월 3일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때는 김 교사는 정말 화가 났다. 학교 측의 대응이 너무나 부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사는 학교 측의 이런 부당한 행태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민보다도 4월 학교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고민하고 있다. “파면 당할 때부터 복직하면 아이들과는 어떤 말을 할지 동료 교사들과 어떤 인사를 할지 고민했어요. 복직하면 아이들과 더 잘 지내고 싶고 해직시 고민했던 것들을 풀어가고 싶어요.

응원해 주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았는데 이분들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더 소통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해하고 아껴주는 교사가 됐으면 하는 김 교사의 복직 ‘프러포즈’이다.

한편 김 교사는 2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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