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배움의 공동체’를 만드는 대안 교육
혁신학교 ‘배움의 공동체’를 만드는 대안 교육
  • 조진희 서울천왕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13.01.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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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추위가 매서운 날, ‘교육감님 천왕중학교·우솔초등학교 혁신학교 지정해 주세요!’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 있는 학부모에게 행인이 넌지시 묻는다. “근데 혁신학교가 되면 뭐가 좋아요?”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공교육의 대안으로 내놓은 실험적인 학교로 2010년 곽노현 교육감은 경기도 혁신학교를 벤치마킹해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수 25명 이하 감축 △학교 운영의 민주화 △교육 과정의 자율성 △교사의 자발성과 동료와의 협력 △수업과 생활교육의 혁신 △교육복지와 돌봄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우선 혁신학교는 학교 운영에서 민주성을 추구한다.

전체 교사들이 모여 학교의 크고 작은 사안을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천한다. 민주주의가 체득되지 않은 기존의 학교가 하루 아침에 민주적인 학교가 될 수 없기에 추진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과 협력의 과정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고 수업과 관련된 토론과 연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운영

상당수의 학교들이 혁신학교의 특징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장과 교사들의 관계가 민주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민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발성도 생기지 않고 수업혁신도 요원해져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성은 곧 학생자치 활동에도 적용된다.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자신감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천왕초의 경우 휴대폰 사용 규칙을 정할 때 학생들의 ‘다모임’(모두 ‘다 모인다’는 뜻의 전원 회의)을 통해 “학교 수업시간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로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기존 학교의 교육행정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재구조화 했다. 교감을 중심으로 3~6명의 교사와 보조원들로 구성된 ‘교원업무 전담팀’이 대다수의 학교 업무를 처리한다.

즉 소수의 교사들이 학교 업무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담임과 교과 교사들은 행정업무로부터 벗어나 교재연구, 수업비평, 공개수업 등을 통해 수업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 행정업무 줄여 수업에 집중

동료 교사와의 수업연구와 토론은 곧바로 수업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혁신학교는 학력신장보다 체험학습이나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곳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업을 바꾸지 않고 다양한 활동만을 추구하는 것은 혁신학교의 특징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잡다한 학교업무로부터 자유로운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을 돌보고 개별 상담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천왕초의 경우 학생들이 방과후에도 교실에 두런두런 모여 학습 모임을 하거나 상담교사와 놀이치료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 학교업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담임 교사들은 수업이나 학생들을 위한 일에 온전히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혁신학교에 지원되는 추가적인 예산보다 어쩌면 교사들이 새롭게 갖게 되는 가치 즉, 민주성, 자발성, 동료성 그리고 학생에 대한 이해와 친절한 돌봄이 ‘가고 싶은 학교와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8월 개교한 상도동의 상현초는 혁신학교 지정 운영으로 부동산값까지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천왕초 또한 집을 못 구해 전학 오지 못하는 가정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안적 실험 교육에 지원아끼면 안 돼

오는 3월에 개교할 천왕중과 우솔초 학부모들이 한파에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특급 교육환경’과 ‘부동산값 상승’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민주적이고 동료애가 가득한 학교문화가, 수업을 바꾸고 학생들의 삶을 돌보는 학교공동체로 변화되면서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우려하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학력 저하다.
그러나 안정된 학교생활, 몰입도 높은 수업,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활동은 학교를 아이들 모두를 위한 ‘배움의 공동체’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실험은 겨우 2년 동안 이루어졌다. 어떤 정책이 의미 있는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더구나 학교의 특정 업무나 한 교사의 수업을 바꾸는 게 아닌 해방 후 지속돼온 공교육의 대안을 찾아가는 실험이다. 앞으로 펼쳐질 한국 공교육 100년의 대안을 찾아가는 실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 교육감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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