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 김찬원 양재고 교사
  • 승인 2013.02.0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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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 교칙을 어겨 벌점이 많은 아이들을 방과 후에 따로 남겨 ‘푸른 교실’이라는 교육을 진행했다. 벌점이 많아 여기에 모인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요즘 아이들이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분명 이 교육이 벌점과다에 따른 처벌임에도 이 교육조차 출석을 안 해 또 벌점을 추가로 얻는가 하면, 방과 후이다 보니 “아르바이트가 더 중요하니 전 출석 안 할래요”하는 학생도 있다.

어제는 가장 심각한 벌로 출석정지 직전 단계로 일주일 동안 남겨진 아이들과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집단상담 형태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출석정지 다음은 퇴학이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무단지각, 무단조퇴, 결석, 복장불량 등으로 누적 벌점을 받았다.

한 아이, 한 아이를 보면 모두 그렇게 험한 아이들도 아니고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아픔이 있기도 하다. 이들의 문제를 좀 더 구체화해 보면, 현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학교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분명한 진로 계획이나 의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게으른 습관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학생들이 이런 결과들은 그저 불편할 뿐 고민될 만한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받아들이는데 있다.
얼마 전 교과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아이들이 10명중 4명이나 된다고 하니 교실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학교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로는 ‘성적(41.8%)’ 때문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았고 ‘재미없는 학교생활(22.1%)’, ‘친구관계(13.5%)’, ‘교사와의 문제(6.1%)’ 순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학교의 시스템마저 이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푸른 교실’ 같은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평범한 학교생활 속에서 무엇인가 배우는 기쁨을 느끼고 생활과 직결된 학습을 함으로써 생각을 훈련하고 생활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며 미래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학과 성적, 특히 영어 수학을 못하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사회과목 등 다른 과목들마저 평가위주로 구성되니 하고 싶다가도  금세 지겹고 지치게 만드는 곳이 되어버린다.

요즘 창의체험활동이라 해서 인성교육시스템이 조금씩 도입되고 있지만 이것도 결국은 교과에 밀려 후순위이고, 실제 얼마나 학생들의 인성에 침투가 되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작금의 교육이 과연 교육인가? 아이들이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선생님들이 가르쳐서 보람될 내용이어야 하는데 시험에 나오는가 안 나오는가가 기준이고 수능이 끝나고 나면 학교생활은 모두 끝난 것처럼 인식되고 인성도 대학입시와 연관될 때 의미가 있다고 바라본다.

학생과 학부모를 넘어 이젠 선생님들마저 그런 분위기에 확 빠져든 느낌이다. 교육과 입시가 혼돈되고 있다.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된 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지금의 학교는 그때의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우선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기성세대는 그때의 기준으로 자녀를 교육하려다 혼란을 겪고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을 집단으로 체험하고 있다. 학교는 이미 변해버렸다.

입시에만 잘 적응하면 상전(上典)이 되고 마는 이 세대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생각과 가치의 큰 변화가,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

조금 전 복도에서 한 아이가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뒤돌아보았더니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한다. 어제 푸른 교실에 참여했던 학생이다. 그 아이의 밝아진 표정에서 희망이 보였다. 내 존재감도….

나도 기뻐 다음 시간 힘 있게 수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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