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불멸의 화가, 반 고흐
광기와 불멸의 화가, 반 고흐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3.02.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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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반고흐 in 파리>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

맑은 날 시골 밤하늘을 보면 ‘Starry starry night~’의 가사로 시작되는 돈 맥클린의 팝송 <Vincent>가 귓전에 맴돈다. <Vincent>는 19세기 미술의 신화라고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추모하는 노래이다.

37년간의 짧은 삶, 10년이라는 화가생활, 후원자 동생 테오, 자신의 귀를 자른 작가, 자살, 해바라기, 별빛, 노랑색, 오베르 등등 반 고흐와 늘 함께하는 수식어들이다. 원래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권위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고흐는 성직자가 되려고 했다.

복음전도사가 되기 위해 교리를 익히고 봉사를 하기도 했으나 교단과의 충돌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화가생활을 시작한 나이가 28세이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남긴 유화작품이 900여 점이다.

마지막 프랑스 남부 오베르에서의 70일간은 80여점이나 되는 작품을 남겼다. 생전 팔린 작품은 오로지 한 점 밖에 없다.

반 고흐의 작품시기 분류는 고향인 네델란드 시기(1881~1885)부터 파리 시기(1886~1888), 아를르 시기(1888~1889), 생레미 시기(1889~1890), 오베르 시기(1890)로 구분된다. 가난했던 반 고흐는 모델비가 없어 주로 자화상 또는 주변 인물을 그리곤 했다.

자화상은 총 36점을 그렸는데 그 중 27점이 짧았던 2년의 파리 시기에 제작되었다. 그중 9점이 서울 하늘아래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인상파의 점묘법에서 영향 받아 얇은 붓으로 뚝뚝 끊어낸 선과 화사한 보색의 조합으로 완성한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은 이미 광고에 널리 알려져 있다.

▲탕귀 영감
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고흐’라는 수식어만큼 익숙하다는 생각만으로 가볍게 갔다가 막상 그의 작품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120년 전 고흐의 불꽃같은 삶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사랑의 실패로 무너진 그가 유일한 피난처로 택한 작업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직 예술을 통해 정신적 고통과 영혼의 구도적 길을 찾아 불꽃같은 인생을 지냈던 고흐는 고달팠고 처절했기에 오늘날 더없는 걸작으로 해석되는 작품을 남겼다.

19세기 후반은 회화가 주도적인 예술 쟝르가 됐던 시기였다. 동시에 회화는 보편타당한 ‘유럽적 양식’으로서 최후의 장르였다. 또한 인상파 첫 전시회가 몰고 온 결과는 예술적 혁신의 역사에서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미술사적으로 가장 애호가가 많고 미술경매에서도 인기가 많은 후기 인상파는 개인의 독자성과 고독감에 더욱 깊은 뿌리를 두었다. 그렇기에 아직 생명력을 뿜어내는 반 고흐의 명작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서울 하늘아래 고흐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따뜻하고 감사하다.

<반고흐 in 파리>. ~3월 24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1588-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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