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영 시인의 Poem Essay
정혜영 시인의 Poem Essay
  • 정헤영 시인
  • 승인 2013.02.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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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는 한강가에서-서정주

서울타임스 창간과 함께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시로 읽는 서울>을 연재한 박성우 시인(우석대 교수)의 뒤를 이어 정혜영 시인이 매주 독자 여러분께 맑은 글을 소개합니다. 정혜영 시인은 2006년 서정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풀리는 한강가에서 - 서정주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지

기럭이같이
서리 묻은 섯달의 기럭이같이
하늘의 어름짱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 울고 가려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밈둘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번 고개숙여 보라함인가

황토 언덕
꽃 상여
떼 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더 바래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 작품출처: 서정주(1915~2000) 서정주 전집1. p 116 . 민음사

■ 봄이 온다. 비 오는 밤. 미당이 보던 한강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들의 위용과 불빛 아래 한강은 한 마리 짐승이 납작 엎드린 것 같다.  시인 김승희는 “한 번 울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 한강변으로 나선다”라고 썼다. 자동차 안에서 홀로, 또는 둘이 강을 바라보고 있을 사람들.  그들을 강가로 내몬 설움이 무언지 모르지만 알 것 같다. 이번 겨울 유난히 추위와 폭설이 심했다. 많은 이들이 추운 겨울을 보냈을 것이다. 강물은 저 혼자 풀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란 민들레나 향긋한 쑥 같은 것을 피워낸다. 강물은 왜 풀리고 또 풀리는지. 가까운 곳에 있는 서러운 이들을 살피고 고개 숙여 같이 낮아질 때 우리 마음의 강물이 풀릴 것이므로. 그래야 그 햇빛, 그 물결이 빛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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