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셨습니까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셨습니까
  • 허영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분과 특별위원
  • 승인 2013.02.1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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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는가.”
설 연휴 동안 고향을 찾아 모처럼 뵙게 된 일가친척 어른들로부터 들은 훈계성 덕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얘기일 것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이미 끊어버린 경우라면 몰라도 담배의 끈질기고도 은밀한 유혹에 빠져 있는 경우라면 여간 듣기 거북한 인사말이 아니었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흡연자들은 어디를 가나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물론 공원, 길거리 정류장에서 평소 버릇대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간 단박에 따가운 눈총이 날아오기 마련입니다.

사무실에서도 이미 기피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적어도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듯 흡연가들에 대한 제도적, 심리적 압박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담배의 유해성을 제대로 알리려면 담뱃갑에 경고 문구 차원을 넘어 아예 혐오스런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충격요법을 동원해서라도 담배를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모르기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조치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자들을 인격적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처사입니다.

흡연자들에게 그런 방식으로 자기멸시와 자학감을 불어넣는다 해서 사회적으로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될까요. 스스로 독극물에 중독된 정신이상자임을 인정하라며 항복 선언을 받아내겠다는 도덕적 우월감의 발로입니다.

만약 그런 정도로 흡연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로 인해 별도의 암거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아울러 담배 판매를 통해 정부가 걷어 들이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부담금도 모두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입니다. 마치 마약 중독자들에게 마약을 팔면서 세금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담뱃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논의마저 새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마당입니다.

나도는 얘기로는 한 갑에 5000원까지, 더 나아가 단계적으로 70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금연 효과와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가장 손쉬운 방안이라 하겠습니다.

담뱃값이 오르면 실제로 금연 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세수를 늘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고 하면서 담배 세금에 기대어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쩐지 탐탁스럽지 않습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경제를 위협한다거나 물가상승 요인이 된다거나 하는 얘기까지 구차스럽게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담뱃값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그치는 게 상식적인 결정입니다.

흡연자들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혐오스런 그림이나 대폭적인 가격 인상은 납득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만약 그 이상으로 규제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국회에서부터 엄격한 단속이 이뤄져야 합니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을 가리지 않고 담배를 버젓이 꼬나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신병자에 앞서서 특권의식에 젖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선량들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임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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