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용히, 좋은 관계를 얻기
천천히, 조용히, 좋은 관계를 얻기
  • 우선희 서울기독대학 강사·헤드헌터
  • 승인 2013.02.1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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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희 서울기독대학강사·헤드헌터

저에게 최근 10년 동안 가장 빠르고 다양한 변화가 무엇인지 꼽으라면 의사소통의 분야, 특히 소셜 미디어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개성이 존중받지만 군중 속에서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끼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우리 마음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소셜(social)의 뜻이 말하듯이, 사회, 국가, 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가장 자극적인 예는 자스민 혁명(2010년 12월 튀니지안 혁명)이라 싶습니다. 대학을 나오고도 직업을 구할 길이 막막하던 청년이 노점상을 하는데 한 여자 경찰에게 모욕적이며 비인격적인 단속을 받자 분신을 합니다.

누군가 이 장면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급기야는 23년간 장기 집권을 누리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지요. 상류층의 부패, 인플레이션, 실업에 대한 불만과 민주주의 억압에 저항하는 시민혁명의 도화점이 되었고 이후 아랍권과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사업의 현장에서는 보고와 결제가 전자로 이루어지며, 세계 어느 곳의 물류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을 합니다.

전자책이 나왔으며,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육성으로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간에 의사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친구도 화면에 클릭을 하여, 관계가 형성되고 정리됩니다. 개인의 의사소통도, 기업의 마케팅 채널도 정책의 홍보도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빨리 클릭하고 많이 클릭하는 것에 내몰렸습니다.

사려 깊고 적합하게 윈윈(win-win)하는 소통방식인지 점검을 하지 않고 가볍게 흘러가는 경향도 생겼습니다. 인내하는 미덕보다는 즉각적인 분노가 공격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절제와 검약은 자칫 쩨쩨하고 궁색해 보이며 화려한 영상에 정신없는 환호를 쏟습니다. 부인하고 싶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셜 미디어는 우리 일상의 일부입니다. 올해 2월의 멕켄지 리포트에는 130년 전통의 GE사가 이러한 경향에 어떻게 맞추어가고 있는지를 보여 주며,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에서 리더가 갖추어야할 소셜 미디어 기술을 소개하는 실정입니다.

저는, 어느 벤쳐 캐피탈리스트(Anthony K. Tjan)가 ‘느린 소통 운동’을 하자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링크한 글을 읽고 평소의 제 생각에 공감이 컸습니다.

‘모두’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으로 쓴 메모, 유선으로 통화하는 것,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비트와 바이트로 빨리 나눈 소통보다 비중 있게 여겨지고 신임(fidelity)도 얻는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멕켄지 보고서에서는 진정성(authenticity)라고 잠시 확인된 부분입니다.

의사소통은 관계를 공유하는 것이고, 그것에는 굳건한 진실과 신용이 따라야 합니다. 가볍게 날리는 언어와 표현을 성찰 없이 쓰다보면, 사람이 허접해지고 얻으려던 관계를 잃게 됩니다.

온라인에서는 빨리, 많이 클릭한다고 관계가 공고해지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을 얻고 관계를 얻으려면, 상대방을 먼저 아끼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단단하고 믿을만한 관계는 연필로 편지를 쓰고 만나서 눈을 맞추어 호소하는 것처럼, 아껴주는 노력을 할 때에야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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