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뇌는 성인과 다르다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10대의 뇌는 성인과 다르다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
  • 승인 2013.02.15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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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정_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

10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라면 초등 저학년 때와는 완연히 달라진 아이들의 행동변화에 당황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각종 연구 결과에 의하면 10대 청소년들은 충동조절 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물건을 잘 잃어버리며, 금방 지시받은 내용도 잊곤 한다. 마치 기억력 장애를 겪는 사람처럼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정리정돈도 잘 못해 번번이 부모나 교사로부터 지적을 받게 된다. 게다가 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며, 화를 잘 내고, 충동적인 행위를 보인다. 이들은 심지어 위험한 장난을 일삼고, 그것을 즐긴다. 호기심이 지나칠 정도로 왕성하며, 그 행위가 위험하다는 부모나 선생님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치기 일쑤이다.

각종 연구 보고에 의하면 청소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한 행동 예를 들어 흡연, 음주, 약물, 가출, 피임하지 않는 성행위 등은 대체로 남자의 경우 13세에서 시작해 17-18세에 이르면 절정에 다다르다가 성인이 되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 시기에 여자의 경우 우울증 빈도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대체 왜 그런가? 그 이유는 바로 뇌에 있다. 최근 뇌 과학의 성과에 의하면 청소년의 뇌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고 말한다. 특히 이 시기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접합 즉 시냅스가 왕성하게 형성된다.

일명 뇌세포의 가치치기로 불리는 시냅스 형성과정은 여자아이는 11세, 남자아이는 12세 6개월쯤부터 시작되며 전체적으로 25세쯤 그리고 뇌의 논리적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피질 같은 영역은 30세가 되어 마무리되기도 한다고 한다.

한편 청소년기 뇌에서 또 다른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바로 ‘수초화(髓?化)’가 그것이다. 뇌는 회백질 뿐만 아니라 백질로도 이루어져 있으며, 청소년기에는 백질이 회백질보다 많다고 한다.

백질은 축삭돌기(신경세포에서 뻗어나온 기다란 돌기)를 둘러싸고 있는 막으로 이 막은 ‘미엘린(myelin)’이라고 불리는 흰색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미엘린’은 방전을 막아주는 전선의 피복처럼 전열체 기능을 해 신경세포 사이를 이동하는 전기신호를 최대 100배 빠르게 전달시켜 주는데, 이는 30대 이후에도 두꺼워지면서 50세에 이르면 최대치에 이른다.

수초화는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인 척추가 가장 먼저 시작되어 태아 때 완료되며, 대뇌와 소뇌 사이의 간뇌는 1세까지, 대뇌는 15세까지 진행된다.

그리고 대뇌 중에서도 전두연합 영역 특히 전전두엽쪽이 느리게 진행되는데 이 부위가 바로 인간의 개념적인 사고와 비교와 예측 추론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전두엽의 수초화는 20세 이후 왕성하기 진행된다. 때문에 20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5-60대처럼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사고하기 힘든 것이다.

수초화는 ‘해마’와 ‘뇌이랑’에서도 진행된다. ‘해마’는 뇌 중간에 자리 잡은 세포다발로 새로운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이다. 또 ‘뇌이랑’은 뇌간과 척수로 연결되는데, 바로 이것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반응(예를 들어 엄마의 잔소리에 문을 쾅 닫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아동이 걷기 시작하고 손이 민첩해지는 시기 즉 5-6세에 중추신경계의 수초화가 끝났다고 이해되었으나, 최근 뇌 과학의 성과에 의하면 청소년기에도 수초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쯤 되면 왜 10대 청소년들이 충동조절능력과 기억력 등에 어려움을 겪는지 추론이 가능해진다. 즉, 청소년들은 뇌에서 개념적 사고와 논리적 이성적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수초화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도 감정을 조절하는 뇌이랑도 마찬가지로 수초화가 진행 중에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뇌 과학의 성과가 말해주듯 10대 청소년의 뇌와 성인의 뇌는 갖지 않다. 때문에 10대 청소년의 행동은 성인과의 차이에 근거한 것으로 억압의 대상이거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청소년시기에 나타나는 특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그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그 차이를 차별로 왜곡시켜온 ‘체벌’과 ‘폭언’과 같은 전근대적인 교육방식을 혁파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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