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반값 식당’, 연착륙 가능할까?
박원순 ‘반값 식당’, 연착륙 가능할까?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2.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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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음식점 파산하면 일가족 도시빈민 전락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가족들에게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설 연휴 직전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값 식당’ 구상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500~300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반값식당을 대거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상가 등을 싼값에 빌려 유명 외식업체 등이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형태의 기업형 반값 식당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밥 굶는 사람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박 시장 취임 초기 선언의 후속 조치다.

박 시장은 “요리에 소질이 있는 시민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봉사할 수도 있게 하겠다”며 민·관이 함께하는 반값 식당 실현을 유도했다.

유명 외식업체 참여 기업형 반값 식당 구상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 식당을 이용하면 밥값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나중에 목돈으로 돌려주는 ‘저축 식당’ 방안도 제시했다. 저축식당은 밥값으로 5000원을 내면 3000원만 받고 2000원은 통장에 넣어 나중에 목돈으로 돌려주게 된다.

저축 식당은 이미 사업자 선정을 마친 상태로 4월쯤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 조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식당 임차료와 주방 인건비는 시에서 지원하고 재료비와 종업원 인건비는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또 박 시장은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턱 없는 밥집’과 같이 이용 시민들의 경제적 능력만큼 밥값을 내는 밥집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문턱 없는 밥집’은 윤구병 변산공동체 대표(윤팔병 넝마공동체 설립자 동생)가 2007년 발의, 보리출판사에서 모은 공익기금으로 마련한 건물에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은 그러나 손님들 대부분이 원가에 못 미치는 밥값만 내는데다 정관 없이 이윤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1억60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돼 파산 위기를 맞았다.

당초 지난해 10월 말 폐점하기로 했으나 최근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공동체에 참여, 서울시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아 시민대책위에 참여한 1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민참여형 혐동조합 방식도 가능

박 시장은 이러한 주민 참여형 협동조합 식당을 양성, 반값 식당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에 이은 또 하나의 반값 정책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밥값이 부담돼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이웃이 우리 주위에 많다”며 “독거어르신이나 결식아동, 빈민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제공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값 식당은 일석이조의 복지 정책”이라고 환영했다.

직장인 신동진(34) 씨는 “직장에서 저녁까지 먹을 경우 하루 식비만 1만4000원 정도 나가게 된다”며 “반값 식당이 생긴다면 절반도 안되는 6000원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환영했다.

택시기가 민 모(49) 씨도 “사납금 부담 때문에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고 3000원 짜리 즉석 우동 등으로 배를 끼니를 때우는 기사들도 많다”며 “2500~3000원짜리 식당이 생긴다면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생계형 영세식당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계형 영세식당 피해는 어쩌나

강동구 길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최영환(53) 씨는 “몇 년 전 송파구 방이동에서 큰 음식점을 하다 턱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고 말았다”며 “식당을 줄인만큼 매출도 떨어져 여전히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는 “대다수의 식당이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음식값을 올리게 된다”며 “반값 식당은 결국 영세 음식점을 하는 시민들을 파산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신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취지는 좋지만 반값 식당은 비싼 월세에 인건비를 들여 영세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도 반값 식당을 비판하는 주장이 속출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서울시에서 영구임대아파트 상가를 임대,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반값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아이디어로는 나무랄 데 없다”며 “하지만 인근 식당은 이 이 때문에 모두 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의 반값 식당 구상은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영세상인 보호 차원에서 위치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요식업을 대상으로 들고 나온 박 시장의 반값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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