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서울시장에 얽인 ‘특혜 의혹’ 정리부터
두 전직 서울시장에 얽인 ‘특혜 의혹’ 정리부터
  • 서울타임스
  • 승인 2013.02.22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임을 며칠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모르는 것들이 꺼덕댄다’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송별 오찬 행사에서 한 말이다.

‘모르는 것들’은 자신의 정책을 비판한 이들을 지칭한다. 그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은 ‘꺼덕대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연일 자화자찬에 나서면서 구설수를 자초해 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일을 열심히 한 지도자’고 ‘한국을 변방에서 글로벌의 중심국가로 끌어올렸’으며 ‘우리나라를 그레이드업’시켰다.

또 20일 발간한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에서도 이같은 자화자찬은 계속된다. 국정백서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업 효과는 집중호우, 가뭄 등을 피해 없이 극복함으로써 확실히 입증됐다. 수질도 1~2등급씩 개선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총체적 부실’이란 평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를 현금인출기나 식량 보급창으로 인식하는 북한의 ‘갈취근성’을 근절하고 햇볕과 포용에 대한 ‘금단현상’을 치유해야 올바른 남북관계의 기초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또 이 대통령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진 자기미화에 불과하다. 많은 국민들이 이 대통령이 퇴임 후 법정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전 대선에서 BBK 의혹 등을 무시하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돌아섰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며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난 5년 동안 자책에 가까운 심정으로 살아왔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에도 수많은 의혹을 남겼다. 대부분 민자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다. 현재 예상에 못 미치는 임대율로 서울시의 짐이 된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우면산 터널, 지하철9호선, 양재동 파이시티 등에도 당시 이명박 시장이 민간사업자에게 준 특혜의혹이 점철돼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시의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이같은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러한 민자 특혜 의혹은 오세훈 전 시장도 그대로 계승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의해 세빛둥둥섬 배임 등과 관련, 검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오 전 시장은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히려 박원순 시장이 정치적 의도로 세빛둥둥섬 개장을 연기한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통령과 오 전 시장은 개발 중심 정책부터 민자특혜 의혹까지 닮은꼴을 보인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결정만 밀고 나가는 독선과 오만이다. 이 대통령의 ‘모르는 것들이 꺼덕댄다’는 발언은 이러한 오만과 독선의 극치다.

오 전 시장도 소속 정당의 거듭된 만류를 뿌리치고 독단적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끝에 시장직을 내놓게 됐다. 서울시는 2002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오 전 시장이 중도 사퇴한 2011년까지 10년 동안 독선적인 시정에 휘둘려야 했다.

앞으로 시민들은 오 전 시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또 이 대통령도 퇴임 후 조사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이렇게 될 경우 서울시민들은 2000년대 시정을 맡았던 두 전직 시장이 모두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울시로서, 시민으로서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보기에 좋지 않다고 해서 피해서도 안된다. 책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고 집권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법과 원칙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번 기회에 서울시에 얽힌 모든 특혜 의혹을 말끔히 밝혀낼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