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둥둥섬 논란, 당당한 도둑이 넘쳐난다
세빛둥둥섬 논란, 당당한 도둑이 넘쳐난다
  • 신재은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
  • 승인 2013.02.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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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세빛둥둥섬 수사의뢰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자사업이라 세금낭비와는 무관하다”, “시의회 동의 받을 사안 아니다”, “박원순 시장 때문에 개장을 못한다” 등 억울함을 쏟아냈다.

그가 열을 올리는 모습은 흡사 ‘뮌히하우젠 증후군(Munchhausen Syndrome·병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지어내고 마침내 자신도 그 이야기에 도취해 버리는 증상)’을 떠올리게 한다. 나라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사업에 대해서 더 이상의 발언을 자제했을 것이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세빛둥둥섬 사업은 2008년 시작되어 여전히 완공하지 못한 미완의 공사이다. 오 전 시장은 박원순 시장 때문에 개장을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플로섬측에서 밝힌 사업추진 일정으로 보면 오 전 시장의 재임기간인 2011년 1월 인테리어 시공, 2월 도교설치, 4월에는 건축이 완공되었어야 한다.

그러고도 같은 해 8월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시간은 더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퇴하는 순간까지도 완공은 물론 도교, 인테리어 등 무엇 하나 진행된 것이 없었다.

세빛둥둥섬은 시의회 동의절차도 무시하고,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에 따른 손실금의 상당부분을 서울시가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박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해당사업부서는 시장보고도 없이 총사업비를 300억 원이나 증액하고, 무상 사용기간을 5년 늘리는 등 업자를 위한 유무형의 지원을 쏟아 붓는 무리한 추진을 했다. 이토록 특혜와 불법을 무릅쓰고 진행한 사업인데도 진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애초 불가능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까.

오 전 시장과 일부 공무원들은 사재를 털어서 하는 사업이라면 이토록 인터넷 게임하듯 말도 안되는 사업을 시작했을까? 문제는 천문학적 피해를 만들어낸 당사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몇몇 단체들이 함께 구상권 청구 등을 시도했으나 제도적 벽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보수적인 성향의 대한변호사협회가 혈세를 낭비한 오 전 시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물살이 센 지역에 만들어진 세빛둥둥섬의 도교설치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세빛둥둥섬이 위치한 반포특화지구는 고도가 낮은 둔치를 과도하게 포장해서 비가 올 때마다 물이 넘치고 과장급 공무원들까지도 장화와 삽을 들고 나선다. 여전히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묘안을 나오지 않는다.

시민들은 세빛둥둥섬에 “세금빚둥둥섬”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심혈을 기울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을 오 전 시장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세빛둥둥섬 문제로 시민과 서울시가 모두 골치 아픈 이런 상황에서는 발언을 삼가야 할 것이다. 오 전 시장의 행보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들고 덤벼드는 꼴이다. 근래에는 도둑을 잡으라고 외친 사람이 오히려 의원직을 잃기도 했으니 당당한 도둑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제 그만 억울해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인정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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