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고 싶지 않은 ‘제2의 한강의 기적’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제2의 한강의 기적’
  • 서울타임스
  • 승인 2013.02.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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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와 취임식을 통해 ‘제2의 새마을운동’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내세웠다.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장정책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복고적 함의가 담긴 말이다.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와 창의교육이라는 정권 초기마다 나오는 조어(造語)를 제시했다. 이런 조어는 대부분 구체적인 실체를 찾기 어렵다.

먼저 ‘제2의 한강의 기적’이란 말부터 거슬린다. 한강의 기적은 70년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미화한 말이다. 기적의 이면에는 청계천에서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YH 여성근로자, 집을 잃고 서울의 도시빈민으로 살아온 수많은 국민의 희생이 있다.

새마을운동 또한 관제 농촌운동의 고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국민동원령과 같은 방식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25일 취임사에서는 30~40년 전과 지금의 시차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창조경제는 이번 개각에서 가장 역점을 둔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슬로건으로 보인다. 지식집약 산업에 주력해 선진국 진입 문턱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결국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고도성장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대신 공약에서 강조했던 경제민주화는 빛을 잃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는 분배와 경제정의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추진했던 성장 우선 정책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은 이미 5년 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현혹돼 이명박 정권 아래 살아야 했다. 이번에는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믿고 52%의 유권자가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2의 새마을운동’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이란 말에 기대어 복고적인 고도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서울시민은 한강이 어떤 물리적인 변화를 겪어 왔는지 목격해 왔다. 한강르네상스라는 말로 포장된 개발계획에 따라 강을 파헤지고 멀쩡한 다리의 교각을 다시 세웠다. 또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인공섬은 2년째 흉물처럼 남아있다. 모두 한강을 통해 미래 서울시민의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전 서울시장이 저지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은 한강르네상스보다 더 포괄적인 경제 정책을 시사한다. 그 정책은 창조경제 추진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 안에 공정한 경쟁과 배분, 약한 자에 대한 배려 등이 포함되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지나친 기대인 듯하다.

고도성장은 결국 경제엘리트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만 단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는 많은 낙오자가 따르게 마련이다. 결국 부의 편중과 독식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말하면서 ‘국민행복’도 동시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낙수효과(Trickle Down)에 대한 기대와 같다.

박 대통령식 경제는 서울시의 경제정책과 비교할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복원이라는 큰 그림 속에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경제, 공유경제 모델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이런 경제 모델에서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의 경제 가치를 함께 공유하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시민행복을 꿈꿀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경제 모델도 서울시와 같은 작은 경제, 공유경제에서 새로운 길을 찾길 바란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이제 다시 찾기 어렵다는 사실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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