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인사 지목 해프닝, 무시만 능사 아니다
종북인사 지목 해프닝, 무시만 능사 아니다
  • 서울타임스
  • 승인 2013.03.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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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빅뉴스 대표의 종북주의자 지목 발언이 알려지면서 국가정보원의 안보강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하지만 종북인사로 지목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지영 작가가 변 대표의 발언을 묵살하면서 함께 거론된 팝아티스트 낸시랭과의 가십으로 전개되고 있다.

만약 변 대표가 낸시랭까지 싸잡아 종북인사로 거명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은 이틀이면 잊혀질 해프닝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정원 안보 강연에 이어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은 국보법 폐지, 미군철수, 연방제 통일안 등 북한 김정은의 대남적화 노선을 포괄적으로 따라가는 종북이고, 낸시랭은 혼비백산한 친노종북세력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인물로서 종북과 손잡은 기회주의적 종북이죠. 이게 광의의 종북개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진중권 씨와의 토론에서 ‘듣보잡’이라는 힐난을 받을 때와 같은 논리와 주장에 불과하다.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변 대표의 발언을 전해듣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변 대표의 이번 발언이 일부 극우 세력이 지속적으로 벌여온 언술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덮어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발언은 얼마 전 실형을 선고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물론 조 전 청장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변 대표의 발언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발언은 아무 근거도 없는 잣대에 맞춰  특정인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발언이 문제되면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 대신 일방적인 정황 판단을 되풀이한다.

만약 박 시장이 종북인사라는 얘기가 과거 군사정부 당시 나왔다면 지금보다 수백배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을 일이다. 그런 파문이 없어진 것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부터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 국가폭력에 맞서 저항한 민주인사들 덕이다. 그만큼 정치적인 민주화를 일구어냈고 인권 또한 크게 신장됐기에 종북 운운하는 발언도 일개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무책임한 발언이 극우 세력의 프레임 선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 종북인사로 지목된 박 시장은 보편적 사회복지 정책 확대를 중심으로 서울시 예산을 편성했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했다. 과거 관점으로 본다면 어김없는 ‘급진 좌파’인 셈이다.

여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조직법 처리에 불만을 나타내며 정치를 외면한 일방주의의 맨 얼굴을 전국민 앞에 드러냈다. 그의 격앙된 표정은 ‘타협과 공생의 정치’가 헛구호 아니였냐 하는 의구심을 부추겼다.

이런 정권을 배경으로 한 수구 세력의 무책임한 발언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먼저 이같은 이슈를 내놓음으로써 진보는 대응책 마련에 급급해 하고 더 큰 아젠다를 이끌어가기 어렵게 된다.

변 대표가 자신의 발언이 알려진 뒤 오히려 이를 증폭하려는 듯한 모습 이면에는 이같은 프레임 선점을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렸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해프닝은 묵살하는 편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박 시장은 지난해 강용석 전 의원의 무고를 용서한 일이 있다. 강 전 의원은 하지만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기는 커녕 일부 종편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종북인사 지목도 그대로 묵과하는 게 최선의 상수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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