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겐 엄마가 필요하다
모두에겐 엄마가 필요하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3.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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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만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삶을 포기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고통스러워 한 흔적은 너무나 조그마해진 몸매에서 드러났다. 꽤 긴 시간 동안 외도로 재산을 탕진하고 있는 배우자를 아이들과 함께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의지적으로 사랑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럴까? 그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엄마의 존재는 이미 유년기에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들을 두고 떠난 그런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그녀는 그렇게 몸부림치며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녀는 마음 속 깊이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를, 게다가 이제는 벌써 하늘로 가버린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자신의 아이들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상대방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 것.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상대방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려워한다. 배우자가 자신을 버린 것 같은 이 상황에서도 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의지적으로 믿고 있는 것이었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내려고 하는 그녀의 용기와 의지에 나는 진정으로 감동했다.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다고 하는 그녀는 내 앞에 앉자마자 눈물을 쏟아내었다. 가장 힘들때,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가 곁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엄마로부터 충분히 받을 수 없었고 받지 못한 사랑을 줄 수도 없었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한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완전한 사랑을 할 수가 없고 언제나 부족하다. 받지 못한 것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결국 상처를 받았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똑바로 보게 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자라나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고, 또 아버지가 되어 받지 못한 사랑을 주어야만 하는 순간을 겪으며 점점 더 완전한 사랑에로 다가가는 모험의 길을 걷게 된다. 나는 그녀의 고통을 없애줄 수도 없고 당장 그녀의 배우자의 마음을 바꿀 수도 없지만, 그녀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이 세상에 살아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표현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사랑할 것을 부탁했다. 그녀를 꼬옥 안아주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살아주어서, 저 힘든 삶을 견뎌내 주어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나는 그의 삶을 지켜보며 그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고 나의 삶을 매순간 살아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삶의 퍼즐 조각이 맞추어진 것 같다며 그녀는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길게 보내왔다. 감사하게도. 이 세상에 상처받지 않은 영혼은 없다. 그 모든 이들에게 참으로 따스하고 푸근한 엄마가 필요하다. 속상한 일을 털어놓고 눈물을 펑펑 흘릴 수 있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상처받은 이가 그 아픔을 알아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가 되는, 그런 세상을 간절히 기다리며 나도 엄마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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