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교육 단상
청소년 교육 단상
  • 유성희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
  • 승인 2013.03.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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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셨나요? 대안생활교육
▲ 유성희 전교조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

“애들 때문에 죽겠어 올해는 담임 안할 수 없을까?”, “애들한테 욕먹으면서까지 교사해야 하나?”, “떠드는 건 참겠는데, 무기력한 건 못 참겠어. “올해도 생활지도부는 아무도 안하려고 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채웠다며?”

학교에 있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은 참 흔하다. 그러면서 등장한 유행어 ‘멘붕스쿨’. 이 단어는 요즘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일부 교사들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생활지도가 엉망이 되었다”고 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통제 중심 생활지도방식은 이미 실패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그 옛날에도 반마다 서너 명 이상의 무단결석, 폭력, 흡연, 말썽꾸러기들은 늘 있었고 그런 문제들은 늘 해답없이 교사들을 괴롭혀왔다. 어려움이 더 커질 때마다 학교와 교육청은 ‘통제 강화’ 방안으로 일관해왔고 학생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일방적인 통제방식이 공고한 학교문화로까지 자리잡아 경쟁교육체제와 함께 교사와 학생들을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는 새로운 생활지도 방식을 꿈꾸게 했다. 이제야 식상한 생활지도 방식이 아닌 학생을 교사와 더불어 당당한 교육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머리 잘라” “옷 똑바로 입어”라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식의 생활지도 방식에서 이제는 어떻게 해야 교사와 학생이 ‘서로 행복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교육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생활지도 때문에 너무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주변에 생활교육 대안을 실천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는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곽노현 교육감 시절의 혁신학교들이다. 그래서 서로의 생활교육 대안 실천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연수성격의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학부모-교사 이 세 주체가 긴 토론 끝에 서로 꼭 지켜야 할 내용들을 뽑아 약속하고(3주체 협약), 이 과정에서 학생회가 교직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등의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선사고등학교, 부적응 학생을 징계나 처벌하기 보다는 지역 교육자원을 활용해 치유하고 돌봄으로 해서 예방활동에 적극적인 영림중학교, 혁신학교는 아니지만 학생인권조례를 통해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합리적인 규정 개정을 이끌어낸 방원중 사례들이 차례로 소개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지도’하기 힘들어진다는 요즘 학생들, 그냥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긴 한데 문용린 교육감은 도통 새로운 방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해서 걱정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을 고민하고 교권과 학생인권이 동시에 존중되는 생활교육 대안이 보다 많은 학교로 확산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이나 학생들의 비행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미 앞서나간 학교들의 성과를 보더라도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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