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신현희 강남구청장은 20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구룡마을 개발 방식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강남구청의 기자회견은 서울시 브리핑룸을 이용하지 않은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서울의 각 자치구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주요 현안을 발표해 왔다. 시청 출입기자들의 편의를 살리면서 적극적인 보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지척에 있는 시청 대신 프레스센터를 기자회견장으로 선택하면서 시에 대해 예각을 세웠다. 이날 신 구청장은 “시가 꼼수를 부린 것”, “시를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등 원색적인 말을 써가며 서울시를 비난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구룡마을 토지보상 중 일부를 당초대로 현금을 주는 대신 사업용지 안의 토지로 바꿔주는 ‘환지방식’을 도입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공영개발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토지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구청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환지방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지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서울시와 강남구청 사이에 법적 다툼까지 벌어질 판이다.
또 신 구청장은 “차라리 현재 판잣집 거주자들에게 다른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구룡마을을 녹지와 공원으로 보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개발은 민영개발이 아니라 공영개발이며, 여기에 환지방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토지주의 반발을 완화해 개발 속도에 탄력을 붙이고 SH공사의 초기 투자비도 4000억 원 줄여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의 서울시에 대한 반발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개포동 영동5교 아래 있던 넝마공동체 철거 이후 서울시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데 대해 강남구는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에도 강남구는 서울시인권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서울시가 넝마공동체 철거 행정대집행을 촉구하는 등 원천적인 책임은 시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넝마공동체 설립자인 윤팔병 전 대표는 구룡마을에 상당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넝마공동체 철거를 방해한 책임을 물어 윤 전 대표의 재산을 압류한 상태다. 물론, 이번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강남구청의 반발은 넝마공동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와의 잇따른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을 살펴볼 때 재개발 지역 주민들을 보는 양 기관의 시각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지역의 토지주와 거주자의 권익, 시 산하기관의 예산절감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강남구청은 일괄적인 보상과 법적 절차에 따른 개발방식을 주장한다. 강남구청의 구룡마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토지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지적은 서울시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시가 구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올 1월에서야 환지보상 사실을 알린 것도 잘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2005년 처음 재개발 얘기가 나왔다가 7년여 만에 비로소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구룡마을이 다시 미궁으로 빠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신 구청장의 말대로 차라리 녹지와 공원으로 보존하자는 방안도 어울리지 않는다. 양 자치단체의 냉정하고 차분한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