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일까 공정성일까
사랑일까 공정성일까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3.22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남편의 권유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게 되었다. ‘진짜 사랑’에 대해 평생을 탐구한 프롬은 사랑에 대한 이론뿐 아니라 실천방법까지 이 책에서 제시한다.

사람은 타인과,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창조해낸 존재와 하나가 되길 강렬히 원하므로 사랑의 여러 모습인 에로스(성애), 필로스(형제애), 아가페(대가를 바라지 않는 하늘의사랑)가 존재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무엇이든지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모르는 사이에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에 세뇌된 우리는 ‘생산’을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활동주의에 빠진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명상이나 생각, 사고, 사유 등에는 점수를 주지 않게 된다.

사실은 자기 스스로를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의 아픔을 똑바로 보는 연습이 엄청난 활동에 속하는데도 우리는 겉만 보고 판단한다. 그런 활동주의에 사로잡힌 이를 ‘열정의 노예’라고 했는데, 바로 과거의 내 모습이었다.

진짜 사랑의 기초가 되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자기애’와 자기 욕구 충족을 위해 다른 이를 도구화하는 ‘이기주의’는 분명히 구분된다. 한편,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도덕군자 같은 모습이면서도 실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는 ‘비이기주의’는 처음 들은 개념이었으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남을 위해 엄청나게 희생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자녀들에게 평화로움을 주지 않는 어머니들의 모습!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는 남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여성들이 진실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사랑한다면, 바로 이런 모성애가 세상을 구원할 것 같다. 모성애의 씨앗이 여성에게 있으니, 어쩌면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는 마음은 여성에게 있을지 모른다.

‘남에게 바라는 대로 해주라’는 황금률을 ‘나에게 해준대로 갚아준다’는 공정성으로 해석하는 어떤 이들은 절대 지지 않으려는 피해의식과 사랑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 반기를 들고 일어설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모든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이루며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프롬은 그 실천의 방법으로 온전히 듣고, 생각하고, 느끼기를 권유한다. 내 행동이 지금 진짜 사랑에서 다른 이와 하나 되기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 속 상처와 피해의식, 두려움을 헤아려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과 말을 나의 온 존재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항상 깨어있으라”는 말과 같게 들린다.

결혼 전부터 권유한 이 책을 결혼 9년이 되어가는 이제서야 읽다니, 남편에게 새삼 미안해진다. 그가 젊은 시절 깨닫고 실천해왔던 많은 것들이 프롬을 통해서도 주어졌다는 것을 알겠다.

프롬은 치열한 삶을 살며 진짜 사랑을 알고 찾고 행하기 위해 굴곡의 삶을 거쳤지만, 제자에게 진정한 관심과 사랑으로 기쁜 모습을 보여준 사람으로서 제자의 눈을 통해 기록되어 있으니, 그의 모든 삶과 글이 참으로 감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