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을 바라보기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을 바라보기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3.2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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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누군가의 말이나 글에 화가 날 때엔, 순전히 나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바쁜 출근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에 도착한 직후, 무인택배함에 물건이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틀림없이 며칠 전 주문한 아이들 책 세트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엄청 무거울 텐데! 그리고 분명히 집엔 아직 남편이 있었을 텐데! 혹시나 택배 기사님께서 36층까지 올라오시기가 귀찮아서 그냥 바로 지하 무인택배함에 넣으신 것은 아닐까? 몇 년 전이긴 하지만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우리는 집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택배 기사님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바로 무인택배함에 넣고 가셨으므로, 지하까지 무거운 박스를 가지러 내려갔다 와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던 좋지 않은 기억이 났기 때문에 지금 이 문자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면서 슬며시 화가 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얼굴도 모르는 그 택배 기사님을 판단하지 않은 채 묻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 “사람이 없었는지요?” 즉시 전화가 온다. 친절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지금 무인택배함에서 다시 물건을 뺐다고 하셨다.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길래 택배함에 넣으셨다고 설명하시면서, 지금 다시 올려주시겠다고 한다. 내가 정말 감사하다고 하니, “별 말씀을요!”하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가 참 정겹게 들린다. 내가 따지듯이 그분께 물었더라면, 서로 얼마나 아침부터 기분이 상했을까! 내가 가졌던 선입견으로 전혀 모르는 상대방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경우였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다른 이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언제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정말로 필요하다. 오늘도 살아내야 할 것을 한 번 살아냈다. 참으로 감사하다. 그 택배 기사님이, 그리고 내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무엇보다도 나와 가장 가까이 함께 숨쉬며 살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이, 진정으로 엄청난 선물임을 다시금 느낀다.

그래서 나의 부탁을 귀 기울여 듣고 즉각적으로 처리해준 회사의 어린 후배 직원에게도 진심을 담아 메신저에 감사의 인사를 하며 덧붙여 본다.

“대리님은 정말 사랑스럽고 고귀한 존재에요.”라고.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상대방은 참으로 기뻐하며 행복하다고 화답한다. 내 마음 속 소중한 불꽃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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