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떨어져 찍은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서울
한 발짝 떨어져 찍은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서울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2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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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사진작가가 본 1960~70년대 서울, 홍순태 ‘오늘도 서울을 걷는다’
▲ 한미사진미술관은 원로 사진작가 홍순태 사진전 ‘오늘도 서울을 걷는다’를 9일 부터 2달간 개최한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서울토박이 사진작가의 앵글에 담긴 서울의 지난 50년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으로 보는 서울시민들의 생활상은 화려하게 외양을 꾸민 서울이 감추고 있는 참 모습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홍순태(79) 씨가 찍어온 서울의 변화상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지난 9일부터 5월 19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강동구 방이동 한미타워 19층)에서 열리는 ‘오늘도 서울을 걷는다’전.

중림동 토박이의 따뜻한 앵글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한 홍 작가의 사진들을 집대성 했다. 사진은 당시 달동네로 불리던 종로구 창신동과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전시 작품은 총 108점에 달한다.

홍 작가의 앵글은 산업화와 전근대(前近代)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가난한 일상에 맞춰진다. 공중화장실 앞에 긴 줄을 이룬 달동네 사람들과 신문팔이로 나선 노인의 가녀린 팔목,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물지게를 진 소년의 모습이 이어진다.

유독 이들 가난한 시민들의 모습을 찍어온 홍 작가 또한 서울의 남루한 동네에서 태어났다. 지금 한국경제신문이 있는 중구 중림동이 그가 태어난 곳이다. 중림동 한 쪽은 지금도 좁은 골목과 초라한 물건을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영세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중림동의 모습은 이렇지만 홍 작가는 당시 딱 한 채 있었던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그는 중림동에서 태어나 결혼해 종로구 숭인동 주민이 됐다가 종암동을 거쳐 지금은 강동구 상일동에 살고 있다. 그는 “서울의 변화상을, 나는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그것이 내가 죽 ‘서울’을 찍어온 이유다”라고 했다.

삶에 대한 긍정과 의지 전하는 사진

유독 가난한 서민들만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중산층의 삶에선 딱히 소재를 찾지 못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가난하지만 인정 많은 사람들, 삶에 대한 긍정과 의지를 사진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홍 작가는 리얼리즘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임응식(1912~2001)을 사사했다. 이후 국내 사진학과의 효시를 이룬 신구대 사진과 교수, 86 아시안게임 및 88 서울올림픽 공식기록 사진가 등으로 활동했다.

그의 사진은 가난을 찍어왔으나 언제나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관찰자 시점을 유지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유년기의 주변과 구별되는 풍요로운 환경의 영향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은 지난 50년 동안 살아온 서울의 가난한 시민 모습을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기록하는데 도움이 됐다. 작가는 사진 안에 없지만 그가 빠진 서울시의 과거 모습은 더욱 사실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성인 6000원, 초·중·고생 5000원.
문의: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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