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무시하고도 행복교육 가능한가?
학생인권 무시하고도 행복교육 가능한가?
  • 김인식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
  • 승인 2013.03.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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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
2013년 3월 8일,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옹호관 조례를 재의결했다. 하지만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옹호관 조례의 공포를 거부했다.

결국 3월 21일 서울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공포되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2011년 12월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설치되어야 하는 학생인권보장의 책무를 총괄하는 계약직 공무원이다.

이어 제정된 ‘학생인권옹호관 운영의 관한 조례’는 말 그대로 학생인권옹호관의 직무 및 처우 등을 규정한 간단한 내용의 조례에 불과하다. 그런데, 마치 학생인권옹호관조례가 제정되면 지금껏 발생하지 않았던 교권 침해의 파국이 일어난다고 호들갑을 떨며 학생인권옹호관 결사반대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다거나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2011년 체벌금지 정책을 불러왔던 ‘오장풍 사건’이나, 2012년 학생에게 종교 수업을 강요했던 M고 사건과 같은 심각한 학생 인권 침해 행위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더라도 유엔아동권리협약, 초중등교육법을 비롯하여 일반 법 상식에 비추어 봐도 침해자에 대한 처벌이 당연한 것이다.

단순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해 사례에 대해 징계의 날을 들이대는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상호 존중과 소통의 학교 문화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학생과 교사 간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사건들에 대한 중재, 심도 깊은 인권교육을 통한 학교 구성원의 인권 감수성 향상이야 말로 학생인권옹호관의 주 업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폭력적 규제와 문화가 생산한 학교 폭력을 다시금 더욱 강한 규제와 처벌로 대처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풍부한 인권 감수성을 갖춘 학생인권옹호관을 중심으로 학생 인권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이 활성화되어, 내 인권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배움이 이어지고, 인권을 학습하고 실천한 세대가 우리 사회로 배출될 때 마다 더욱 견고한 민주사회가 탄생할 것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시행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나마도 교육청의 정치적 혼란 상황과 “학생인권조례로 학생 인권을 신장시켰다”며 국제사회에 자랑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서울학생인권조례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교과부의 국제적 망신 행위 때문에 제대로 집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 인권만이 강조되는 세상이 왔다는 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어불성설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생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조례에 대한 비방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감 한 사람의 철학으로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권에 대하여 학습하고 고민할 권리마저 박탈하며 부르짖는 반대야 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 인 것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결국 3월 27일 학생인권옹호관 조례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시의회와 시민 사회와의 대립각을 세워 자신의 임기 내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려는 문용린 교육감의 재선 전략은 정치 공학적으로는 매우 위험하면서도 훌륭한 전술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는 대립과 반대를 거듭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교육감의 법적 책임마저 외면하는 것이 ‘행복교육’을 주창해 왔던 문용린 교육감의 평생의 신념과 130만 서울 학생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이제 교육 주체들이 판단할 몫일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전임 서울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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