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대책,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자살 예방 대책,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 서울타임스
  • 승인 2013.04.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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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20년까지 서울의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 지킴이’ 10만 명을 선정해 자살 고위험군을 밀착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배정받은 고위험군 시민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한편, 전문상담 등을 주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계획이 얼마나 실효를 얻을 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현재 자살률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시의 대책을 응원하게 된다.

서울은 2009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중 2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3시간마다 1명씩 자살하는 셈이다. 인구 1000만 명 중 일부 시민이 그런식으로 죽어간다.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로 보아도 이미 8년째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3.6명이다. 이는 10만명당 21.2명으로 2위인 일본보다 12명이 많고 OECD 평균인 12.5명의 2.4배다. 자살률이 가장 낮은 그리스는 10만 명당 3.4이 자살한다. 한국은 그리스에 비해 9배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자살 줄이기 대책을 응원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처방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생각이다. 이는 관 주도의 자살예방대책이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또 자살 문제가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빚어진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되짚어보게 된다.

서울시민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함수관계를 풀어야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의 자살률이 높고, 산업화가 덜 된 나라에서 자살률이 오히려 낮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풍요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풍요를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가난한 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져 더욱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들은 또 풍요로운 환경에 속하기 위해 더 큰 압박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사회의 분화속도가 빨라지면서 개개인의 파편화를 부추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케임은 집합의식이 높은 사회일수록 자살률이 낮다고 분석한다. 집합의식이 높은 사회는 과거 공동체와 같은 모델을 만든다. 반면 집합의식이 높더라도 비합리적인 집합적 강제가 지속될 경우 자살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명품족 등 과시적 소비 계층은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게 된다. 많은 여성들은 이들 부류에 들어가기 위해 과소비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결국 원하는 명품을 얻게 되더라도 정신적 소외는 더 커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성적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등도 집합적 강제로 작용한다.

서울에서도 강북구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강남과 서초구 등보다 곱절에 가까운 시민이 자살하는 셈이다. 강북구는 서울에서 가난한 자치구로 꼽힌다. 자살을 택한 주민들은 물질적 풍요를 최상의 가치로 떠받드는 서울에서 엄청난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린다.

따라서 서울시민의 자살률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사회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중앙정부차원에서 진행하기에도 벅찬 일이다. 하지만 최근 박원순 시장은 정부가 못하는 일을 도시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앞서 서울시가 시민들의 자살을 예방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도시가 하기에는 자살이 안고 있는 사회적 함수가 너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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