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스 2013년 연중기획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6)
서울타임스 2013년 연중기획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6)
  •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13.04.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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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빚, 이제 질주를 멈출 때

서울타임스는 3월 1일부터 2013년 연중 기획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 집중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8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하는 이번 연중 기획을 통해 서울시의 예산을 집중 분석해 시민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을 꼼꼼히 짚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또 그 흐름의 방향과 질적, 양적 수준을 결정하는 정책 당국자의 의도까지 읽을 수 있다. 바로 우리 손으로 뽑은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투명한 창(窓)이 곧 예산이다.
본지의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 집중연재는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시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활성화됨으로써 시민들이 ‘공동체 서울’을 함께 만들어가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을 비롯, 손종필·강국진·김상철 연구위원이 집필한다. <편집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 당시 재임 기간 중 7조 원의 부채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시민들은 ‘서울시가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기에 7조 원씩이나 갚겠다고 했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생각으로 7조 원이라는 금액은 잘 가늠되지 않는 숫자이기도 하다. 7조 원이라는 금액은 한국 10대 그룹 중 SK(16개사-2조3455억 원), LG(11개사-2조193억 원), 포스코(7개사-2조8623억 원) 3개 그룹의 계열사까지를 포함한 2012년 당기순이익 7조2271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빚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에 요청해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서울시(산하 공기업 포함) 채무는 18조7212억 원이다. 부채는 2011년 말 기준으로 26조5202억 원이다. 여기서 잠깐, 채무는 무엇이고, 부채는 뭐지?

#장면1.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
오세훈 전임 시장의 사퇴로 시작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현 새누리당)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격돌을 벌였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회. 토론회의 중요 이슈 중 하나가 서울시 부채 감소 방안이었다.

그런데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서울시 본청 및 산하 공기업의 부채규모를 각각 19조6105억 원, 25조5364억 원이라고 주장하였다. 나경원 후보는 단식부기에 의한 채무가 서울시 빚이라고 주장하였고, 박원순 후보는 복식부기에 의한 부채가 서울시의 빚이라고 주장하면서 감소 방안도 각각 달랐다.

#장면2. 2011년 10월 14일, 서울시 공식 블로그 ‘서울마니아’
TV토론회를 통해 서울시의 빚에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서울시 공식 블로그인 ‘서울마니아’를 통해 부채와 채무의 차이와 서울시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결국 채무를 기준으로 다른 광역지자체와 비교하였을 때 문제가 없음을 밝히는 과정이었으며 나경원 후보의 주장이 맞는다는 우회적 지지를 했다.

아래의 표는 서울시에서 시민들에게 알기 편하게 채무와 부채의 차이를 간략히 정리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채무와 부채간 용어의 차이를 알아야 서울시 빚의 규모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채무는 직접 빌린 돈이거나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돈이다. 도시개발공채가 여기에 포함된다. 부채는 채무를 포함해서 SH공사 임대주택 세입자가 낸 보증금도 포함된다. 왜냐하면 나중에 돌려주어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그럼 서울시의 빚은 얼마?
[표2,3 참고]

채무를 기준으로 보면 2012년 말 현재 18조7212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550억 원이 증가하였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서울시 본청이 전년 대비 2099억 원이 감소했고 지하철 두 개의 공사가 796억 원 감소하였다. 그러나 서울시 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SH공사의 경우 2011년 12조2671억 원에서 2012년 12조5882억 원으로 3211억 원이 증가하였다.

SH공사가 2012년 7월 20일 서울시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채무액을 12조289억 원으로 목표로 정했다. 전년 대비 2382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그러나 결과는 도리어 증가하였다. 농수산물공사의 채무가 증가한 것은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총 2732억 원을 농안기금으로부터 연차적으로 차입하는데 따른 것이다.

채무액의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과 2010년도가 2008년에 비해 5조7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이 현재 채무잔액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7년 13조4908억 원에서 18조7212억 원으로  5조2304억 원이 증가하였다. 무려 38.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부채의 경우 2012년 결산이 종료되지 않아 2011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시의성이 떨어져 전체적인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이다.

서울시의 부채는 2007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7년 16조1693억 원에서 2011년 26조5202억 원으로 무려 10조3509억 원이 넘게 증가했다. 증가율이 무려 64%로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6%나 된다. 서울시가 지고 있는 부채액을 2011년을 기준으로 서울 시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시민 1인당 253만9659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채무액기준으로는 178만7535원이 서울 시민 1인당 짊어져야 할 빚인 것이다.

서울시 채무에 따른 이자비용, 연간 7332억 원
[표4 참고]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매달 꼬박꼬박 원금과 함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자를 지불하는 것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개인보다 낮은 이율이지만 빚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연간 이자비용이 7332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이자비용은 어떠한 생산물도 생산하지 못하는 죽은 돈이나 마찬가지이다. 서울시 본청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이 632억 원으로 매일 1억7000만 원이 예산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투자기관의 경우 매일 18억4000만 원이 이자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가계에서 이자 지출이 ‘생돈’ 나가는 느낌이듯이 공공기관의 이자도 ‘생돈’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시의 빚, 문제는 없는가?
[그래프1 참고][표5 참고]

서울시 빚은 문제가 없는가를 볼 때 단순히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성격, 재정건전성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2010년부터 서울시 부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였다. 이것은 2009년, 2010년 서울시 부채가 급증한데 따른 우려의 측면이 크지만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절 대규모 토목공사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부채의 규모 때문이었다.

이명박 전임 시장 취임 시 7조 원대였던 부채액이 2006년에는 13조 원대로 껑충 뛰어 버렸다. 특히 부채액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4년간 64%의 증가율이라는 것은 가히 폭발적이라 표현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 일단 증가세가 둔화되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이다. 서울시 부채의 문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폭발적 증가의 문제이다. 다음으로 부채로 인한 서울시의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채무비율만을 살펴볼 텐데 채무비율이란 전체 예산 대비 채무액의 비율로 산정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채무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14.87%이다. 안전행정부에서 정한 주의단계 기준인 25%를 초과하지 않고 있다. 다른 광역시의 경우 채무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서울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부산, 대구, 인천의 경우 모두 안전행정부 주의단계인 25%를 초과하여 심각(위기)기준인 40%대를 앞두고 있어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7조 원 감축 가능 할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 내내 선거 공약이었던 부채 7조 원 감축을 위해 마른 수건도 짜겠다는 의지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12년 기준으로 채무액은 전년보다 증가하였다. 채무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H공사는 문정, 마곡 등의 택지 매각을 통해 채무를 줄이려고 하고 있으나 경기침체 여파로 더뎌져 7조 원 감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 임기 1년 여가 남은 올 한해에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긴축재정과 부채 감축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재정 운용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무리한 부채감축은 예산운용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감축 가능한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공약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솔직한 고백을 통해 얼마가 가능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부채는 그동안 무리한 사업의 여파로 발생한 측면이 가장 크다.
대규모 토건사업을 위한 지방채를 발행하고, 대규모 예산을 들여 택지개발을 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매각이 되지 않아 자금이 묶여 있다. 물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경기 진작을 위해 과감한 예산을 투여한 것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 서울시의 부채는 아직 관리가 가능하다. 폭발적 증가세를 둔화시켰으면 이제부터라도 부채 관리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빚을 통한 무리한 운영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서울시 빚, 이제 그 질주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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