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할 용기를 가졌는가?
선택할 용기를 가졌는가?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4.0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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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부모님이 상대방의 조건을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상대방이 그렇게 묻기에, 나는 이미 누군가를 오랫동안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예 만날 생각도 하지 않고 제낀다는 것이었다.

아코, 이런! 얼굴과 목소리나 태도도 전혀 모른 채, 그 사람의 마음도 모른 채, 그저 경제적인 조건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소개팅 대상들은 만나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왜 소개팅 하기 전에 그 사람의 조건을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허락을 받나요?” “부모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서요.”

나는 다시 물었다. “왜 부모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이미 다른 형제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우기고 있어서 자기까지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면 부모님의 속상해 하실까 봐 그렇단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꾸 고통을 겪을 기회를 아예 피하도록 자기 스스로가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고 싶어하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서’ 살 것이며, 자식들도 역시 부모를 ‘위해서’ 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상대방이 스스로 아파하고, 깨닫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그저 지켜 봐 주면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면서 깨어나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줄 수도 있는데….

누군가를 만날 기회조차 부모를 생각해 잘라내 버린 사람들은,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본 적이 없고,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경험이 없는 듯하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른 적 없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온 자녀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어떤 착실한 젊은이는 자신의 가장 큰 기쁨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 자기가 왜 아직도 사랑도 결혼도 못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사랑스러운 자기 스스로를 본 적이 없다는 뜻과 같다.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그런 사랑스런 거울을 만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배우자를 찾는 이들이 상대의 키, 몸무게, 나이, 연봉, 학력, 부채 등 숫자로 표현되는 모든 외적 조건 외에,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마음속에 빛나는 보물과 영혼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외적 조건들 외에 정말 어떤 배우자를 원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손을 잡고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너무나 화가 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폭력과 폭언으로 표현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부드러운 말로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나의 말과 마음과 생각을, 반짝이는 눈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귀 기울여 주는 사람.”
“둘 만의 폐쇄된 어두운 그늘이 아닌, 밝은 햇살 아래로 나와 모든 이를 향해 열려있을 수 있는 사람.”
이외에도 무척 많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배우자를 원한다면 내가 이런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진짜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원하는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에게 세워진 하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같은 이유로 아직 배우자를 못 찾은 많은 이들과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을 따뜻이 하늘이 품어주시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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