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이력서 쓰기
정직한 이력서 쓰기
  • 우선희 서울기독대학강사·헤드헌터
  • 승인 2013.04.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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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희 서울기독대학강사·헤드헌터

바야흐로 대학이 취업을 위해 준비과정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좋게 볼 것도 나쁘게 볼 것도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문과 과학의 이상은 이상대로 가며, 실용은 실용대로 가다가, 우리의 행복과 이상을 위해 적절하게 만나면 되겠습니다.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업화에 박차를 기하던 60년대 초를 시점으로 당분간은 대학을 나오면 그냥 우수 인재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석박사 학위를 가지면 초특급 인재로 여겨졌지요. 그런데 사정이 많이 변했습니다.

물론 대학가기가 여전히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이다 보면 석박사가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학교도 운영과 재투자를 위해서 자꾸 모집해야하고 그러다보니 학위를 필요로 하는 자들의 편의와 적절한 점에서 타협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여겨지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현상이 아니라 신호이론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사보다 못한 석박사가 부지기수인가 하면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똑똑한 인재들이 대학의 졸업장보다 실속을 찾아 새 경로를 찾게 되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질이 충분하지 못한 과잉학위는 핸디캡이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내 노동과 지식과 시간을 기업에 팔려면, 이력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지면을 통해 내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여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보이고자 하는 서류입니다. 대학 혹은 대학원을 졸업하면 이름만 다를 뿐이지, 대부분의 이력서는 대동소이합니다. 그러므로 고용하는 측의 입장으로서는 좋고 건전한 분이 누구인지 분별해 내는 것이 큰 관건입니다.

목적을 달성하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거짓되거나 과장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력이 더 있다고 보이면 더 기회가 크고, 더 좋게 여겨지리라고 생각해서 무리하게 작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과장을 사기(fraud)라고 여길 정도로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은 정직성(integrity)을 중요시 합니다. 사후에 들통이 나면, 영원히 평판으로 따라다니게 됩니다. 첫출발을 산뜻하게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학업 능력을 거창하게 부풀리는 것은 이제 오히려 독이 됩니다. 면접을 하고 업적 조회, 평판 조회를 해보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다 아는데도 이런 욕망이 강한 사람일수록 과장합니다. 특히 박사학위 혹은 특정 자격증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면전에서 면박하지는 않지만 내용상 초라해집니다.

경력을 부풀리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거대 다국적 금융기관, 유명 컨설팅 회사, 통신사 등에 인턴제(internship)라는 것이 있는데, 졸업 전에 인턴을 한 것을 가지고 마치 컨설턴트나 애널리스트였던 것처럼 기술하는 바람에,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의 시간을 뺏기도 합니다. 부지기수로 거쳐나가는 인턴 중의 한 명이었으면 인턴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르바이트 경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의 사다리에서 어느 범위에 속했느냐에 따라, 업무 전문성과 직면한 문제의 품질과 위계는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기도 하다 보니,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을 사다리의 높은 위치에 있는 정도로 확대해석 해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공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 하거나, 적은 일을 해 놓고도 많은 보상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습니다.

다음으로 해당하는 기업이나 산업이나 직무에 지원하는 동기와 목표가 합리적으로 이해될 만해야 합니다. 연봉이 많은 것에 쏠리거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착각하는 허상은 직업의 세계에서는 웃음거리가 됩니다.이제 자신에 대한 분석입니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못난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직무를 수행할 때에 제약과 한계가 있으며, 직업적인 성장을 이룰 때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고 더 보완해야할 바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냉정히 바라볼 줄 알고 현재의 스스로를 파악하는 것이 이력서에 반영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세계입니다. 긍정적이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성실하고 업무를 즐거워하며 팀웍(teamwork)을 도모하면 생산성에 가속이 붙기 때문입니다. 빨리 배워냅니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비판과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긍정의 사이클로 재편입하는 능력을 발휘하지요.

젊은 시절에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실패가 훗날의 큰 밑거름이 되게 하십시오. 그러나 출발은 젊은이답게 정직하고 담백해야 하겠습니다. 과장이나 배경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겠습니다. 이력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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