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허가 내줬더니 유흥업소 하는 셈”
“음식점 허가 내줬더니 유흥업소 하는 셈”
  •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 승인 2013.04.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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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1% 안에 든다는 억대 연봉자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우리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데, 사실상 우리들의 세금으로 나라가 유지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우리를 도둑 취급할 뿐 과연 한국 사회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였다. 일부 부유층의 비도덕적 행태로 인해 모든 부유층이 다 그런 양 손가락질을 당하니, 얼마나 억울하랴.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처럼, 선진국의 부자들처럼, 부유층들이 먼저 나서 존경받도록 행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부 부유층들의 특권을 이용한 반칙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유층 중에는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명성’을 자녀에게 대물림해 주고 싶은데, 아뿔싸 자녀의 성적이 부진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전여옥 전 국회의원처럼, 정문으로 들어갈 실력이 안 되니, 옆문과 뒷문을 찾아 기어코 사립초, 국제중, 특목고, 또는 외국인학교에 넣고야 만다.
그것이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과 편입학 악용 사례이다.

부유층 ‘우리들만의 귀족학교’ 필요해

학부모들의 제보와 증언에 따르면 이렇게 편입학해 학교발전기금 등 학교에 크게 기여하는 부유층의 자녀에게는 학교 차원에서 ‘특별 관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신 부풀리기와 성적 조작’을 통해 좋은 상급학교에 보내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마라톤 경기에서 서민의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가고 있는데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중간에 새치기하여 그것도 자가용 타고 앞질러 가는 셈이다.  

우리나라 부유층들의 독특한 교육관이 있다면 지금이 진골, 성골 나누는 신라 시대가 아님에도 부유층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학교’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만의 특별한 교육을 위한 사립유치원, 사립초등학교, 국제중, 특목고…. 다시 말해 ‘귀족학교’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학교에 편입학 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내놓겠다는 것이다. 부모 잘 만난 덕분에, 사립유치원, 사립초, 국제중, 특목고 나온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 때, 과연 온전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지 우려를 안 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교육 장사’하라고 넘겨준 꼴

일부 사학들은 염불에는 관심이 없다. 온통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가난한 집 아이는 찬밥, 쉰밥일 수밖에 없다. 그 아이들 대신 부잣집 아이들을 받아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행과 일탈을 우리 교육 당국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들의 빗나간 자식 사랑과 사실상 편입학 장사를 하고 있는 사학들의 잘못된 행태를 알면서도,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중, 자사고 등 특수목적학교 설립 당시에 다 예견했던 문제임에도 교육당국은 민간회사에 선심 쓰듯 교육을 사학에 넘겨주었다. 교육은 국가의 책무임에도 사실상 수익사업하라고 넘겨준 셈이다. 특수목적 학교들은 정말 전혀 다른 특수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설립 취지를 망각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음식점 한다고 허가해 주었더니 유흥업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취지 망각한 학교 설립 취소해야

이제라도 설립 취지를 망각한 학교와 설립이행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는 특수목적 학교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설립 취소해야 한다. 설립할 때는 그렇게 졸속으로 서두르던 교육당국이 취소에는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일까?

제발 한통속이라는 오해 받지 않으려면, 교육당국은 국제중 등 일부 특수목적 학교들을 과감하게 설립 취소하여 일반 학교화 하고, 정말 특수목적 학교들이 필요하다면 민간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육사나 경찰대처럼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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