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끊었던 종묘~창경궁 길 83년만에 복원
일제가 끊었던 종묘~창경궁 길 83년만에 복원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4.05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498m 궁궐담장 원 위치에… 율곡로 6차선 확장․포장도 진행
▲ 종묘~창덕궁 구간 복원 계획도.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끊어놓은 종묘~창경궁 구간이 83년만에 옛 모습 그대로 연결된다. 일제는 1931년 도로(현 율곡로)를 만들면서 종묘~창경궁 사이 담장 498m를 허물고 연결로를 끊은 뒤 육교로 연결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를 모신 왕가의 사당으로, 창덕궁·창경궁과 함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서울시는 4일 내년 말까지 80.3m 구간의 기초석을 포함, 종묘~창경궁 사이 궁궐담장을 일제강점기 당시 발간된 조선고적도와 1907년 제작된 동궐도를 근거로 원위치에 복원한다고 밝혔다.

시는 당초 문화재청이 지난해 4월 허가한 내용대로 담장 기초석 80.3m 중 16m는 위치를 4.3m 높여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터널구조를 변경하기로 결정, 80.3m 전 구간을 원 위치에 복원하게 됐다. 시는 구조 변경을 통해 300m 터널의 지반과 높이를 발굴된 담장 기초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에 앞서 율곡로 800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고, 창덕궁 돈화문과 원남동 사거리 사이의 300m 구간을 지하화한 뒤 종묘와 창덕궁을 고궁녹지로 연결해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화재인 궁궐담장 기초석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시는 지반의 높이를 도로개설 이전의 옛 모습대로 맞추고, 복원 구간 중 300m에 터널을 설치해 지하차도를 만든 뒤 터널 상부에 흙을 덮고 녹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터널 상부 녹지엔 참나무류와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창경궁과 종묘 수림에 분포돼 있는 고유 수종을 심어 다층구조의 전통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터널 내부와 입구 디자인 설계는 문화재 구역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서울디자인 재단에 의뢰해 진행한다. 터널 내부 양측엔 자전거 겸용 보도를 설치하기로 하고 차도와의 분리를 위해 박스형 구조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해 왔으나 1931년 일제가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일본식 육교로 연결하면서 사라진 북신문도 복원한다. 이번 복원과 터널공사가 마무리되면 창덕궁 돈화문~원남4거리 약690m 병목구간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돼 상습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일제 강점기 훼손된 문화유산의 원형이 복원되면 600년 도읍지인 서울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에겐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