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때리고 있지는 않을까?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때리고 있지는 않을까?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4.1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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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친구의 페이스북이나 존경스러운 다른 사람의 글들에서도 간간이 비쳤던 책이라 읽어보고 싶던 차에 선물을 받았다.

우리가 언제나 괴롭다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관계에서 정말로 언어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서로 마음을 읽으며 대화할 수 있다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심지어 갈등이 있는 국제 사회에서조차도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서로를 발전시키며 평화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책에는 그런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그것을 죄악시하거나 창피하게까지 느끼는 문화에서 자란 이들은, 특별히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미안해도, 쑥스러워도, 슬프고 안타까워도, 실망해도, 걱정이 되고 두려워도, 오로지 화내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어조로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럴 것이다. 부부들이 결혼해서 처음 겪는 어려움이 그런 서로의 말투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은 실망스럽고, 좌절하고, 두렵고, 걱정이 된다고, 그저 천천히 평화롭게 진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인 듯하다. 거의 10년 동안 배우자와 깊이 대화하면서 우리는 어쩌면 이런 비폭력대화를 연습해 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갈등을 겪는 이들과 대화할 때에도 그들의 표면적인 날카로움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 절망감, 실망감, 이상향에 대한 욕구 등등을 읽는 연습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어 감사했다.

평가와 판단이 담겨져 있지 않은 순수한 관찰과 함께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부탁을 한다면, 그 누가 귀 기울이지 않겠는가?

언제나 부드러운 말로, 더더군다나 존댓말로 천천히 자신이 느끼는 아픔과 실망감과 좌절감을 표현하고 내게 부탁을 해온 상대방 덕분에 나도 그렇게 귀 기울이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연습을 참으로 많이 한 듯하다. 아직도 거칠고 부족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내가 원하는 속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기도 하지만, 그 큰 소리로 마음을 맞는 순간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를 보고 내가 더 아프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랬는데 말로 때리다니… 아이를 꼬옥 안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듬뿍 사랑하겠다고.

가정에서 배우자와, 아이와, 그리고 직장에서 갈등을 겪고 힘들어 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책들 중에 가장 구체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연결시키는 대화법을 알려주고 있어 더 감사하다.

이 책의 저자가 수많은 갈등 상황에서 중재를 하며 살아내신 순간이, 그리고 비폭력대화를 배우며 위험한 순간에 조차도 깨어 있는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살아낸 많은 이들의 경험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직접 함께 하지 않았어도 나의 삶에 이런 깨우침을 주고 영향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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