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는 ‘알랑가몰라!’
서울특별시는 ‘알랑가몰라!’
  • 이창현 서울연구원장
  • 승인 2013.04.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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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의 서울 이야기

역시 싸이는 흥행의 마법사다. 4월 12일 자정, 전 세계 119개국에서 동시 발표된 싸이의 ‘젠틀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발표된 지 4일 만에 유투브 조회수가 1억만 건을 돌파하였으니, 같은 기록을 만드는데 50일이 걸렸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비교해도 엄청난 기록이다.

'강남스타일'이 케이팝 시장 전체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 ‘젠틀맨’의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실제로 ‘강남스타일’ 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강남의 관광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에는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놀이터, 삼성역 무역센터, 잠실 근처의 한강변 둔치 그리고 지하철과 사우나 등이 나오는데, ‘강남스타일’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비디오 속 장소로 떠나는 강남스타일 주말여행이 제안되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강남스타일’이 흥행하면서 노래의 배경인 강남대로를 주변으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되었을 뿐 아니라 강남 소재의 백화점과 레스토랑의 외국인 매출이 증가하고, 중국인의 강남행 성형관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마저 흥행하면서 이번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장소 또한 특별한 인기를 누리게 될 것 같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는 서울도서관은 물론이고 성동구의 초등학교, 삼성동의 호텔, 청담동의 명품매장, 마포대교 등이 나온다.

몇 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생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쉽게 넘겨버리는 일상의 장면이 싸이의 뮤직 비디오에서는 특별한 볼거리인 스펙터클로 재탄생한다.

예를 들어 싸이가 주차금지 표지판을 발로 차면서 할아버지와 같이 걷는 동네의 모습, 수영장에 설치된 플라잉 체어, 가인과 춤을 추는 포장마차, 그리고 선술집에서의 어묵과 가래떡 퍼포먼스 등은 대한민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성과 콘텐츠이다.

특히 서울도서관은 서울의 대표적 스펙터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이가 책을 읽고 있는 여성에게 장난을 치는 곳은 서울도서관의 세계자료실이고 싸이가 댄서들과 함께 춤추는 곳이 서울도서관의 생각마루 계단과 벽면 서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해외 관광객을 위해 서울도서관 앞에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에 나온 장소라는 표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싸이는 이 콘서트를 통해 자신에게 성원해주는 서울시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유튜브 방송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면서 서울광장은 세계적인 퍼포먼스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서울광장의 싸이 퍼포먼스 때문에 무대의 배경으로 나왔던 서울의 신청사는 돈 안들이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스펙터클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젠틀맨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홍보맨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런던과 뉴욕, 그리고 파리와 로마의 거리만을 동경해왔던 우리들에게 싸이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갖는 도시적 스펙터클에 눈을 뜨게 해준다.

런던타워나 브로드웨이, 그리고 샹젤리제와 스페인계단의 한 장면을 동경해왔던 우리에게 싸이는 서울의 공간을 일상 생활의 스펙터클로 인식하게 한 것이다. 서울시민이 자신의 일상적 스펙터클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객들은 서울시에 서양 도시를 모방한 스펙터클을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이 살아가는 생활속의 진짜 스펙터클을 보러오는 것이다. 그래서 싸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며 가장 세계적일 수 있는 창조적 가수인 것이다.

싸이는 해냈다. 서울의 일상적 장소를 스펙터클로 창조하면서 시민들이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런 싸이의 가치를 서울특별시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싸이야, 힘내라. 그리고 앞으로도 서울에서 마음껏 춤춰라.”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싸이는 서울시에 이렇게 외칠 지도 모른다. "서울특별시는 싸이의 가치를 알랑가 몰라."

▲가수 싸이(가운데)가 13일 마포구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젠틀맨’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해프닝’ 콘서트 중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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