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쁘게 하기
모든 것을 기쁘게 하기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4.26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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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가는 날.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 재료들을 준비하고 주먹밥과 김밥과 과일들을 쌌다.

음악을 틀고 우아하게 하고 싶었지만, 다들 곤히 자고 있으니 방해하고 싶지 않아 고요 속에서 하나 하나 움직였다.

거의 다 되어갈 즈음, 기분 좋게 일어난 딸이 주방으로 나왔다. 김밥을 싸고 있는 엄마를 보니 안아달라고도 하지 않고 스스로 옷을 입고 나온다. 뒤이어 아들까지 일어나 나왔다.

딸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도 역시 딸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크게 신나게 부르며 김밥을 싸니 더욱 재미있었다.

노래는 봄과는 전혀 동떨어진, 싼타 할아버지가 썰매 타고 오신다는 내용의 노래였지만, 아들은 그 노래가 재미있는 지, 계속 불러달란다. 평화로운 눈길로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말한다.

"엄마가 정성스럽고 재미있게 김밥을 싸고 있는 것을 보니 보기가 좋아요. 심각한 얼굴이 아니라서 좋아요."

즐겁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먹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엄마가 보기 좋았나 보다. 문득, 자주 들었던 말이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기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많은 순간 우리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억지로 하며 스스로 억울해 하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감사나 인정을 기대하며 그런 인사를 받지 못했을 때 매우 속상해 하기도 한다.

엄마이기 때문에, 아빠이기 때문에, 가장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어떤 직책에 있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모든 것들 속에 짓눌리곤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면, 내가 하기로 선택했다면, 훨씬 기쁘게 할 수 있을 텐데. 오늘 아침 아들의 김밥과 과일을 싸는 것은 소풍날이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한다기 보다는, 내가 사랑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에 기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의 도시락이 어떨까 신경 쓰며 비교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싼 것이 아니라, 그저 아들이 엄마의 사랑을 느끼기를, 아들이 맛있게 먹기를 바라며 쌌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루 3끼의 식사 중에, 엄마의 손길이 미칠 수 있는 단 한번의 식사인 아침을, 좀 더 정성스럽게 사랑을 나누며 먹을 수 있도록 애쓰고 싶다. 이런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뿌듯해 하니 더 기쁘다.

단순히 식사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즐겁게,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를 키워내는 아이들에게 참으로 감사한다. 사랑한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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