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에게 서울영화를!
우디 앨런에게 서울영화를!
  • 이창현 서울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5.02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현 원장의 서울 이야기

어린 시절, 나는 그래고리 팩과 오드리 햅번이 주인공으로 나온 ‘로마의 휴일’(1953)을 보고난 후로 로마여행을 꿈꾸었다.

‘로마의 휴일’을 보는 내내 멋진 헤어스타일을 한 공주님을 흠모함과 동시에 왠지 로마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금 로마에 가고 싶어지게 하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로마위드러브’이다.

‘로마위드러브’는 우디앨런의 최신작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10)와 파리에서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 이은 유럽 도시 이름을 단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이다.

‘로마위드러브’에는 콜로세움,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 로마의 주요한 관광지가 모두 나오는데, 영화는 이 관광지들을 관객들 앞에 선보임으로써 로마에 대해 상상하도록 만든다.

나는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가 촬영된 도시로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영화는 도시의 곳곳을 다니면서 숨은 매력을 찾아내 전달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제보다 더한 도시의 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디앨런의 유럽영화 시리즈를 보면 누구라도 2시간 동안 환상적인 유럽여행을 떠나게 된다.

때로는 바르셀로나에서 달콤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꿈꾸고, 또 가끔은 파리에서 100년 전 파리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로마에서는 다양한 남녀관계를 통해 인생의 다채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 역시 ‘로마의 휴일’의 기억 덕분에, 로마에 가서 영화의 궤적대로 모페드를 탔고 로마의 거리를 질주하던 젊은 날의 추억이 있다. '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건축학개론’에 나온 서촌의 한옥이나, 제주도의 단독주택을 다시 방문해서 그 영화의 감응을 새롭게 했던 적도 있다. 이처럼 영화관광(Film-induced Tourism)은 도시 관광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2008년 이후 한류열풍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에 100만 명씩 늘어,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이 현상도 한류드라마의 인기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그 예로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여성 팬들이 춘천에 있는 ‘준상이네 집’과 ‘남이섬’을 방문하는 수가 넘쳐났다. 양주의 ‘대장금’ 세트장이나 속초의 ‘겨울동화’ 촬영지에도 관광객이 밀려들었다.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시대의 내실을 다지고 2000만 명 시대를 새롭게 기획해야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5년 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관광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실감하고, 우디앨런을 특별히 초대하여 서울영화를 만들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아마 우디앨런은 이미 아시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북경과 상해, 동경 등을 로케이션 장소로 물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전에 우리가 특별 초대를 해서 아시아 최초의 도시영화를 만든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과연 우디앨런에게 동양의 도시 서울은 무엇일까? 우디앨런은 서울을 어떠한 단어로 표현할까? 약간 긴장되지만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로마위드러브’의 첫 장면은 베네치아광장에서 젊은 남자 교통경찰관이 “로마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기에 서있으면 로마의 모든 인생을 볼 수 있다. 로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우디앨런이 서울영화를 찍는다면 첫 장면을 어디에서 찍을까?  그리고 누가 등장해서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까?  궁금하다.

▲우디 앨런 감독(왼쪽)의 최신작 ‘로마위드러브’ 스틸컷.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